국기원이 1년 반 이상 끌어왔던 임직원 간의 내분과 갈등이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국기원 안마당에서 벌어진 불법·부당심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발전적 변화를 위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서 불거진 논란이 참으로 안타깝다.

필자도 지금과 같이 중요하고도 민감한 시점에서 이런 저런 문제로 국기원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부분의 태권도인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국기원이 논란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조금 정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기원은 현재 심사권이 없는 태권도경영자협회가 불법·부당심사를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거나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기원 내부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그같은 일이 벌어졌다 해도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게 국기원의 자세일 텐데.
 
각 시도협회 전무이사들은 물론 대부분의 태권도인들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국기원이 불법·부당심사의 장소를 제공했거나 묵인하지 않았다면 심사권이 없는 단체가 국기원 안마당에서 판을 벌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국기원만 한 직원의 실수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납득할 수 없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충 핑계를 대고 우물쭈물 넘어가려고 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기원에서 심사를 개최하고 싶어 하는 시군협회는 많다. 수많은 태권도인들은 아직도 국기원 무대를 밟아보는 것을 고향땅을 밟는 것만큼 간절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국기원을 사용하고 싶다는 공문도 감히 내밀지 못하고 있다. 시도협회 등 태권도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기원은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곳쯤으로 신성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국기원을 직원 한 명의 실수로 심사권도 없는 불분명한 단체에게 심사장소로 제공했다니 태권도인들이 허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기원 장소를 사용하는 데 아무 근거도  없이 아무 직원하고나 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그런 정도로 기강이 해이한 국기원이라면 해체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를 언론이 더 크게 만들고 있다는 국기원의 주장은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그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국기원가 취해야 할 태도인 것이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시행 중인 초중고 주말리그 경기에 뛰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뛰어서 들통이 났다. 담당직원은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려 했다가 파면됐다. 축구협회도 처음에는 이를 숨기고 싶었는지 징계를 가하지 않다가 부정한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뒤늦게 파면처분했다. 그러나 파문은 오히려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전 세계 태권도의 승(품)단 심사를 관리·감독하는 국기원의 안마당에서 불법·부당심사가 이뤄졌다는 것은 태권도계에 엄청난 사건이다. 축구협회 사태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국기원이 태권도인 모두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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