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일본 전지훈련 중 오른쪽 무릎에 심한 부상을 당한 김동현(27,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이 독기를 품었다.

김동현은 "힘들고 고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운동을 계속 하다보면 무감각해져 해이해질 때가 있는데 이번 계기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라며 "예전처럼 링 위에 당장 오르고 싶은 강한 욕망을 충전하고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싸움에 굶주린 김동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현은 오는 11월 4일 'UFC 105' 대회에서 댄 하디와 격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일본 요시다 도장에서 나카무라 카즈히로와의 스파링 도중 오른쪽 무릎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부상을 입어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낸 김동현. 그러나 지금은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고, 이번 부상을 발판삼아 더욱 강해지겠다는 각오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이하는 김동현 인터뷰 전문.

- 출전이 정해진 상태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현재 기분은?
▲ 처음엔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심한 부상은 처음 겪는 일이라 매우 혼란스럽고 심란했다. '일본을 괜히 갔구나, 요시다 도장에 가지 말걸, 운동을 끝내는 시간이었는데 스파링을 왜 했을까' 등 아쉬운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경기 직전에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운이 좋고, 힘든 체력훈련을 하기 전에 다쳐 다행이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부터 경기가 계속 잡히다 보니 그동안 쉴 틈이 없었는데 이 계기로 좀 쉬면서 잔부상도 치료할 생각이다. 물론 마음 편히 쉬긴 어렵겠지만, 좋은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 훈련이 좀 격했다던데.
▲ 특별히 격했던 것은 아니다. 어디서 누구와 스파링을 하든지 어느 정도는 강도 있게 한다. 운이 없었고, 내가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있다.

- 스파링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가볍게 하다가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나?
▲ 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다. 그게 부상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

- 나카무라가 원망스럽진 않았나?
▲ 팬들이 나카무라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파링을 하다보면 내가 상대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내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팀 내에서 훈련할 때도 그랬다. 훈련비도 내지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만 훈련하는 입장이었는데 신경을 쓰이게 만들어 오히려 미안했다.

- 묘한 경쟁심이 느껴지진 않았나?
▲ 나와 명호는 경쟁심을 느끼지 않았지만 요시다 도장 선수들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갔을 땐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요시다 도장의 톱 선수들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 그 날은 관장인 요시다 히데히코가 우리를 지켜보고 잇었다. 나카무라도 나에게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나카무라가 스파링에서 힘 조절을 못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런 기사 내용은 나카무라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미국 전지훈련 중 비토 벨포트와의 에피소드를 밝힌 적이 있었는데, 벨포트가 볼까봐 걱정했다(웃음). 외국 선수들은 인터넷을 즐겨 보고 댓글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전에 존 피치와 붙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미국까지 퍼졌다. 그로 인해 미국에서 '김동현은 거만하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 부상을 당한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 '끝났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예전에도 인대를 몇 번 다쳤다. 그 당시에는 심각한 느낌이 적었는데, 막상 MRI를 찍어보면 생각보다 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매우 강했다. 때문에 매우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무릎이 빠졌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경기가 잡힌 상태에서 당한 부상이라 앞이 캄캄했다.

- 부상을 당하기 직전까지 몸 상태는 어땠나?
▲ 매우 좋았다. 일본에 와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화술혜주회에는 과거에도 훈련하러 온 적이 있다. 그곳의 선수들과 훈련하며 내 실력이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현재 상태는?
▲ 현지 접골 전문가는 1주일 뒤 운동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일곱 군데의 병원을 찾아 MRI를 찍었다. 수술을 하면 재활기간이 길어지고, 완벽히 붙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일단 깁스만 하며 인대가 붙길 바라고 있다. 11월 3일 기브스를 푼 후 다시 MRI 촬영을 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재활 훈련도 그 결과에 따라 방향이 잡힐 것 같다.

- 초난 료가 많이 챙겨줬다고 들었는데.
▲ 그렇다. 운동할 때도 챙겨줬고, 다쳤을 때도 병원으로 안내해 줬다. 담당 의사를 불러준 것은 물론 끝까지 자리를 지켜줬다. 매우 고맙다.

- 초난 료, 나카무라 케이타로가 칭찬을 많이 하던데. 여러 일본 선수들과 스파링했던 느낌은?
▲ 대부분의 선수들이 다 잘하지만 오카미 유신은 거의 '보스'급 이었다. 일본에서 스파링을 했던 상대 중 가장 강했다. 현재 일본의 종합격투기 체육관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다른 체육관을 오가며 훈련하는 등 교류를 하고 있다. 오카미와 훈련한 모든 선수들은 모두 입을 모아 '괴물'이라고 말한다.

나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고, 이번에는 오카미를 한 번 넘어뜨려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오카미는 예전보다 실력이 더 늘어 있었다. 오카미는 지독한 연습 벌레다. 쉬는 날 없이 매일 훈련하고, 항상 체육관 문을 열고 닫는 사람도 오카미다. 또한 하루에 두세 곳의 체육관을 다니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나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카미를 보며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카무라 케이타로의 실력도 대단했다. 실제 경기처럼 온 힘을 쏟아 부어야 그나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래플링 기술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런 선수가 옆에 있다면 애써 미국을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술적인 면이 매우 뛰어났다. 나카무라 케이타로도 내가 맘에 들었는지 같이 훈련할 것을 계속 부탁했다. 나카무라 케이타로는 '아부다비컴뱃'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인정받은 건 타격이나 서브미션 기술이 아닌 밸런스다. 예전에는 잘 넘어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레슬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클린치 상황에서는 그 누구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 추성훈과 스파링은 했는가?
▲ 추성훈 선수(이하 추성훈)의 눈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스파링을 하진 못했다. 보기에는 완치된 것처럼 보이나 아직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들었다. 추성훈은 팀 클라우드 아키야마 도장 선수들과 같이 훈련할 때 옆에서 지도만 했다. 아쉬웠다.

- 일본에서 재미있거나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 추성훈 및 수퍼액션 스탭들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추성훈이 즐겨 찾는 식당을 갔다. 한식당이었는데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태어나서 그런 고기는 처음 먹어봤다.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거의 날로 먹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나와 추성훈은 많이 먹었지만 다른 분들은 제대로 드시지도 못했다. 가격이 걱정되셨던 것 같다. 나중에 피디님이 계산하시는데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3만엔 정도 예상했는데, 거의 7만엔이 나왔다. 수퍼액션 스탭들은 그 이후 규동(저렴한 고기 덮밥)만 먹었다고 들었다(웃음).

-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가?
▲ 대전에 있는 집에서 쉬고 있다. 그런데 오래 있으니 매우 심심하다. 시간도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겠지만 물리치료를 받으며 팀원들을 만나면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 건강이 최고다. 깁스 때문에 맘껏 쉬지도 못한다. 너무 힘들어 때로는 하기 싫을 정도의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운동을 계속 하다보면 무감각 해져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이번 계기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예전처럼 링 위에 당장 오르고 싶은 강한 욕망을 충전하고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싸움에 굶주린 김동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아마 너무 흥분해 심판이 말려도 계속 때릴지도 모른다(웃음).

- 맞붙을 예정이었던 댄 하디는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 나선다. 하디를 꺾었으면 기회가 빨리 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 정말 너무 아쉽다. 'UFC 105' 대회 포스터에는 뒤에서 세 번째 매치에 나서는 선수들의 모습도 실려 있다. 처음으로 UFC 포스터에 내 얼굴이 나올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 하디를 이길 자신은 있었나?
▲ 그렇다. 하디는 내가 괴롭히기 딱 좋은 스타일이다. 나는 타격 하나만 강하거나 레슬링과 그라운드에만 능한 스타일이 편하다. 하디가 레슬링이 강하면 고전할 수 있는데, 나보다 레슬링이 약하다. 가장 힘든 상대는 타격과 레슬링이 모두 강한 선수다. 대표적으로는 티아고 알베스가 있다.

- 차후 맞붙고 싶은 선수는 있나?
▲ 특별히 마음에 품고 있는 선수는 없다. 단 랭킹 7위 이내에 있는 선수와 붙고 싶다.

- 추성훈의 상대가 반더레이 실바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추성훈이 한 말은 없었나?
▲ 일본에 있을 때는 추성훈도 상대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냥 실바와 싸우고 싶다는 말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추성훈이 너무 부럽다. 실바와의 경기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 이 대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빅 매치다. 심장 떨려서 못 볼 것 같다(웃음). 내 예상으로는 경기가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다. 판정으로 이어지더라도 화끈한 경기가 될 것 같다. 1라운드 안에 이기는 선수는 '넉아웃 오브 더 나이트' 상을 받을 것 같고, 경기가 2라운드 이후에 끝난다면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될 것 같다. 실바가 일본인 선수를 상대로 무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금의 추성훈은 실바가 지금까지 만났던 선수와 다르다.

- 팀 동료인 배명호가 드림에 출전한다. 도와주지 못해 아쉬울 것 같은데.
▲ 그렇다. 매우 미안하다. 더욱이 체육관에 부상당한 선수들이 많고, 경기가 많이 잡혀 있어 파트너도 일정하지 않다. 이번 경기로 인해 명호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잘 해낼 거라 믿는다.

- 메이저 대회에 먼저 입성한 선배로서 어떤 부분을 조언해 주었는가?
▲ 명호가 일본 대회 경험이 많기 때문에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는 관중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 우려된다. '위축되지 말고, 평소와 같이 하면 이길 수 있다. 별것 아니다. 너와 훈련하는 나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명호가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실력도 고루 갖추고 있다. 물론 얼굴에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웃음).

- 양성훈 관장이 곧 결혼한다고 들었다. 목발에 의지해서 예식장에 가는가?
▲ 그렇다. 그런데 뭘 입어야 할지 고민이다. 체육복을 입어야 하나. 아니면 정장을 입어야 하나. 정장을 입고 목발을 짚는 것도 오버인 것 같다. 편하게 입고 가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는다(웃음).

- 국내 많은 선수들은 갈 곳이 없는데. 팀 매드는 UFC, M-1, 드림, 영웅방, 딥, 쥬얼스 등 세계 곳곳의 단체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잘나가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관장님이 운이 많으신 분인 것 같다. 우리도 관장님을 따라가고 있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장님은 현재 체육관 터가 좋다며 옮기시지 않으신다. 그래도 '시설이 좀 더 좋았으면...' 하는 생각은 든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팀은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이 많다. 또한 팀 매드 선수들은 투잡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격투기 하나에 모든 것을 쏟아 붙고 있다. 특별히 훈련양이 많기 보다는 정신적인 자세가 좋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죽기 아니면 살기로 훈련하고 있다.

- 곧 있으면 'UFC 104'가 열린다. 쇼군과 마치다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 거라고 보는가?
▲ 항상 내가 예상했던 결과와는 반대로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마치다가 이길 것 같다. 쇼군과 실바는 프라이드 때처럼 체력이 뛰어난 것 같지 않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암튼 마치다에게 끌려 다닐 것 같다.

- 포부나 각오 한 마디.
▲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부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루빨리 완쾌해 복귀하겠다. UFC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엠파이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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