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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대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옛 스타와 4회 우승을 눈앞에 둔 현역 스타가 한국체대 태권도장에서 만났다. 주인공은 한국체대 정국현(49) 교수와 한국가스공사 최연호(29)선수. 과연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까. 최연호가 먼저 도착했고, 정 교수 바로 뒤이어 도복을 입고 등장했다.
최연호가 선배에 대해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로 예를 갖추자 정 교수도 “어, 왔어”라는 말로 부드럽게 후배를 맞이했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단 둘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란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최연호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정 교수의 시간을 빼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이룰 수 있었던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4회 우승에 도전하는 자세는 어떠한지, 두 스타의 망중한담을 들어봤다. 먹는 것에서 잠자고 훈련하는 것까지.
- 좋아하는 음식
정국현=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외국에 나갔다 오면 아내가 항상 김치찌개를 준비해 놓는다. 김치찌개를 먹는 순간 여독이 확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김치찌개는 국민음식 아닌가.
최연호= 저도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핀급이다 보니 체중조절이 절대 중요하지만 훈련 후에 매콤한 김치찌개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4연패 성공 비결” - 정
“컨디션조절에 신경, 좋은 결과로 보답”- 최
- 스트레스 해소방법
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게임과 영화도 즐깁니다.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이상한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운동을 더 열심히 하지요. 아직까지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 선수생활 때는 잘 모르겠는데 오히려 은퇴하고 난 뒤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업팀(진로) 감독을 거쳐 한국체대 교수로 정착하기 이전까지 정말 힘들었다. 친구를 만나 고민을 털어 놓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 4연패 달성과 4회 우승 도전의 비결은
정=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군 제대 이후 혼자 운동해야 했기 때문에 외롭고 어려웠다. 기술은 이미 완성돼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체력관리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몸에 좋지 않은 커피 등은 멀리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내게 커피를 권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최= 저는 교수님에 비하면 행복하게 훈련하고 있는 것 같아 왠지 부끄럽습니다. 팀이 있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있어 외로움은 모르고 지내요. 체력관리는 기본이고.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하는 훈련이 아니라 꾸준히 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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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얼굴을 맞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선수가 까다롭다. 1983년 덴마크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만난 코트디부아르 선수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라이트 미들급(현 웰터급)이었는데 체력, 기량, 신장 모두 뛰어났다. 당시 이 체급은 한국선수가 우승하기에 좀 힘들 것이라는 예상까지 있었다. 정말 대결해보니 체격에서 밀리는 듯했다. 뒷차기 공격을 했는데 내가 튕겨나갔을 정도다. 태권도는 키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을 때려눕히는 것. 결국 그를 누르고 우승했다.
최= 기량이 뛰어나다기보다 까다로운 선수가 따로 있지요.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8강에서 만난 이스라엘 선수가 그랬습니다. 핀급인데도 신장이 184cm였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기량은 별로였습니다. 코치님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막상 경기에 들어가 3회전이 끝난 뒤 점수판을 보니 동점이었요. 키가 큰 데다 예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애를 먹었지요. 서든데스에서 힘겹게 이겼습니다. 이젠 대전에 충분히 대비해 다시 만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혹시 전자호구가 최연호의 4회 우승을 가로막을 수 있을까.
정=1등 선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응력이 빨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담을 덜고 편안한 마음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 연호라면 반드시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최= 전자호구는 어차피 서로 같은 입장이지요. 전자호구를 착용하고 훈련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코트에 들어서면 좀처럼 긴장하지 않습니다. 늘 해왔던 것처럼 이번 대회도 그렇게 임할 생각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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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회 우승에 도전하는 후배에게
정= 경량급은 변화가 심한 체급이다. 핀급에서 4회 우승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연호는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한다. 얼굴 공격이 상당히 뛰어나다. 4회 우승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선수보다 미국의 스티븐 로페스(미들급)가 먼저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이뤄내 아쉬웠다. 현장에서 지켜보겠다. 기록은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 4회 연속우승에 만족하지 말고 철저한 체력관리를 통해 5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기를 기대한다.
최= 교수님 조언이 큰 힘이 됩니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교수님을 비롯한 성원하는 모든 분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니라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선수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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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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