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항상 친구들에 앞장서서 뛰어다니며 말썽 꽤나 피우던 개구쟁이 소년이었다. 운동회라던가 체육대회에 나가면 1등은 항상 박정호 차지. 타고난 운동신경 덕분에 작은 체격이지만 실력은 남들보다 월등했다.

수색초등학교 2학년 때에는 학교 앞 ‘동민체육관’에서 일반관원으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5학년이 되었을 때 그동안 활동을 중지했던 수색초등학교에 태권도부가 재창단하게 되었다. 어린 박정호는 태권도보다 축구에 더 관심이 쏠렸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손목을 잡고 태권도부를 찾았다.

이렇게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시작한 태권도 선수생활에서 박정호는 처녀 출전한 ‘어린이태권왕대회’에서 1회전 탈락이라는 패배의 아픔을 겪는다.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 전주시청에 있는 이승용(26) 선수이 첫 상대였지요. 그 패배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승용 선수는 잊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처음 당한 패배의 아픔으로 인해 박정호는 제대로 운동도 못했고 대회 출전도 못했다. 마침 그 시기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모습을 본 축구감독에게 발탁되어 잠시나마 서울 서부지역의 축구 대표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안 어른들, 특히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로 다시 태권도 선수로 돌아가 인한순(현 한성고 코치) 코치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평소 박정호의 운동 소질을 눈여겨 보아왔으며 태권도에 대해서도 남다른 이해를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인 코치 역시 박정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혹독한 동계훈련을 시켰고 다음해 첫 대회인 서울시교육감기대회에서 1위의 성적을 만들어냈다.

한성중학교에 입학해서는 작은 키를 극복하려고 남들이 잠잘 때도 혼자 훈련하는 열성을 보였다. 서울체고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했지만 전국대회서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해 함께 운동하던 친구 김혜균이 서울체고에 입학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그때도 부럽고 분한 마음에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한성고등학교에 입학해 다시 김혜균과 한국체육대학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남보다 열심히 운동을 했다. 고2 때부터 점점 키가 커져 핀급에서 라이트급으로 올리게 되었다. 전국대회에서 그런대로 좋은 성적을 올려 차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3 때에는 웰터급으로 올려 중고연맹대회에서 2위, 협회장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한국체대에 입학했다. 4년 장학생으로.

184cm로 성장한 박정호는 대학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항상 넘지 못하는 산이 있었다. 장창하(27 한국가스공사). 그에게 매번 결승에서 안타깝게 패하는 것이었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선발전을 비롯해 5번을 결승에서 좌절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8년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한 박정호는 그해 십자인대 파열로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화위복, 1년이 넘는 재활치료에 성공하여 처음 출전한 2009년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박정호는 어느 선수보다 손쉽게 1위를 차지하며 세계대회 출전티켓을 거머쥐었다.

“하루 8시간씩 재활치료를 하며 머리로는 경기 뛰는 모습을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했다. 재활치료의 덕택인지 대학 때보다도 힘도 좋아지고 체력도 더 좋아진 것 같다. 경기감각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지 트레이닝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박정호는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해서 재활운동에만 전념하면서도 우수한 선수들의 운동 모습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자신이 한 단계 더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왼발 돌려차기가 주특기인 박정호는 전자호구를 사용한 경기에 대비해 상대방의 발차기를 피해 공격할 수 있는 연습, 상단 연습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대표 선발전에서는 체급이 달라 서로 피해 갔지만 장창하 선배와도 언젠가는 꼭 다시 겨뤄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오면 잡는 것이 임자. 한국가스공사도 나에게는 기회였고, 이번 세계대회도 나에게는 기회입니다. 꼭 잡을 것입니다.”

박정호는 금메달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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