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지난달로 제3대 WTF 총재로 취임한지 1년이 됐다.

경기규칙 개정, WTF본부 신축, 신규대회 창설, 전자호구 도입 등 조 총재 취임 이후 추진된 굵직굵직한 사업들로 태권도인들의 이목은 WTF로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총재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출마 여부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관심사로 주목받아 왔다.

본지는 지령 500호를 기념해 지난 23일 조 총재를 만나 취임 1년의 소회와 향후 WTF 추진사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 서성원 기자, 정리= 김홍철 기자>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 태권도신문이 지령 500호를 맞이했습니다. 독자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태권도신문 5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태권도신문이 우리 태권도계의 소식 전달과 세계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WTF 총재직을 수행하시면서 느낀 소회는?

“WTF의 수장이 된 이후 태권도의 세계화가 상당히 잘 돼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를 즐기고, 태권도를 통해 올림픽무대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WTF는 태권도가 더 널리 더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2008년 북경올림픽에 반드시 전자호구를 도입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셨는데.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목표는 북경올림픽에 전자호구를 도입해서 공정한 판정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태권도경기가 올림픽 스포츠로서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전자호구를 올림픽에 도입해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도입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도입 준비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철저히 검사하고 보완해서 북경올림픽에는 완벽에 가까운 전자호구를 도입해 공정한 심판 판정이 이루어지도록 전자호구 도입 작업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 전자호구를 우선 대한태권도협회가 주최하는 9월 코리아오픈대회에 적용할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인데요.

“코리아오픈대회에서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협의를 통해 가능하다면 9월 코리아오픈에 시험 적용해 검증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전자호구를 코리아오픈대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5벌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생산업체는 한 벌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준비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지만 불가능하다면 업체의 준비과정을 지켜보고 다른 대회에서 사용해서라도 실제 경기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 WTF의 수입 창출에 대해 거듭 강조하셨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국제 스포츠기구들은 모두 재정이 튼실해야 스포츠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유리하다는 것은 재차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입니다. 태권도 역시 각 회원국을 위한 솔리대리티 펀드를 통해 용품 공급, 지도자 파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것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펀드 매니저 등을 통해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 사업을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다음달 마케팅 부서를 확대개편해서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가을 쯤에는 세부적인 계획이 발표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태권도 문화 컨텐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태권도 문화 컨텐츠도 WTF 수익창출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특히 태권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태권도 세계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기대가 큽니다.

WTF는 경희대 무용학과에 의뢰해서 태권도와 무용을 접목한 태권무(跆拳舞)를 개발했고 실제로 해외 공연을 통해 호평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또 태권도와 음악의 접목도 하나의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점프’, ‘더문’ 등 넌버벌 퍼포먼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단체에서 이와 같은 작업을 시도할 것입니다.

WTF는 앞으로 이러한 작업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마케팅부를 중심으로 이벤트 회사들과 같이 스포츠 마케팅을 추진할 것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셨겠지만 스포츠어코드에서 태권도 시범이 그렇게 관중과 긴밀히 호흡할 수 있고 또 정말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소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태권도와 예술이 만났을 때 태권도에 대한 호감이 증가하고 태권도를 수련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태권도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제심판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한 심판제도개선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요?

“스포츠가 사람들 속에 기억되고 올림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정한 판정문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공정한 판정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심판제도가 체계적이고 투명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국제심판과 관련해 잘못한 사람을 질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심판제도개선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변화된 심판제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다시는 지난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국제심판 업무비리와 관련된 사안은 오는 7월 집행위원회와 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이같은 일을 예방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입니다.”

- 앞으로도 경기규칙을 개정하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2008 북경올림픽 등에서는 재미있고 흥미있는 경기규칙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타 스포츠의 경기규칙도 변화의 폭은 있겠지만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관계자들만 즐기는 스포츠가 아닌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만 인기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중이 없는 스포츠는 올림픽 스포츠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 IOC 위원에 도전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특강할 때도 이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웃음) 물론 우리나라에 IOC 위원이 많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시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 스포츠계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2007년 7월 과테말라 IOC 총회에서 결정되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해서 국민 모두가 화합해 전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IOC 위원 출마 문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결정이 난 이후의 일입니다. IOC에 출사표를 던질 의향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평창 올림픽에 최선을 다할 때입니다. ”

- WTF본부 신축 추진은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현재 추진 중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의 공약사항이었던 만큼 임기 4년동안에 WTF본부 신축을 할 것입니다. WTF는 우리나라에 본부가 소재하고 있는 유일하게 IOC가 인정하는 국제 스포츠기구입니다.

그러나 WTF는 아직까지도 자기 소유의 본부 사무실이 없이 셋방살이로 전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약사항으로 강조했습니다. 저의 임기 내에는 본부 신축을 이뤄내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약속을 드립니다.”

- WTF와 국기원 간에 업무협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국기원과 불편한 관계는 절대 아닙니다. WTF와 국기원은 제각기 해야 할 역할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WTF는 국제 스포츠기구로써 더 많은 국가를 태권도 경기에 참여시키고 특히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보다 재미있고 흥미있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시범단과 지도자를 파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국기원대표시범단도 있지만 WTF에 들어오는 요청은 수요가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시범단원들과 현지 시범단원들이 함께 어울려 활동할 수 있는 시범단을 구상한 것입니다. 또 생활품새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보급형 품새가 다양하게 개발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성별, 연령에 따른 다양한 품새를 개발하고 보급해야만 태권도 인구도 증가시킬 수 있고 품새 경기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을 방문하면 공원 등지에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태극권을 수련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태권도 품새를 세계인들이 저렇게 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습니다. 품새개발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할 생각입니다. 가라데도 생활형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품새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품새는 장애인올림픽 종목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경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에는 참가종목으로 결정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장애인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참가종목이 된다면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태권도의 품새가 대중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면 태권도 인구 2억 시대는 반드시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태권도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WTF 총재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태권도를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저를 비태권도인이라며 편협한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분들도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태권도를 수련했다고 해서 태권도인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얼마만큼 태권도를 사랑하고 태권도를 위해 애정을 갖고 봉사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WTF 총재로 활동하면서 WTF와 태권도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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