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2동 치안센터 삼거리 주변에는 태권도장이 많다. 불과 100여 미터 정도밖에 차이가 안날 정도로 도장 간의 거리가 짧고 밀집돼 있다. 아현동 주택지구에 위치해 매일 용감한 무사를 배출하는 한양대호키용무태권도장은 이런 악조건에서도 지도자의 노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도장이다.

인원에 비해 평수가 넓거나 시설이 월등한 것도 아니지만 이 지역의 많은 수련생들이 이 도장을 찾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먼저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즐거운 운동을 지향하는 밝은 분위기가 이 도장이 수련생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다. 즐거운 운동시간이 되기 위해서 수련시간에 지도자들은 또박또박 경어를 사용하며 쉬운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현상을 이해시키는 문답식 수업도 눈에 띈다.

입관을 비롯해 퇴관, 휴식 등을 결정할 때도 지도자나 학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수련생의 입장을 존중하는 의견조율 방식이 수련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명쾌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릉에서 도장을 하다 그만두고 4년 전 이곳에서 도장을 새로 개관한 송 관장은 이렇듯 자율을 강조하지만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야단칠 땐 야단치고 감싸줄 땐 감싸주는 관장님을 아들과 친구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따른다”며 “학부모들과도 수련생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고 아이들 공부와 관련한 정보도 줘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송 관장은 수련생이나 학부모 누구와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준비가 돼 있다. 평소 학부모와 전화통화를 자주해 수련생이 생활면에서 고쳐야 할 점들을 상담하고 올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고심한다.

태권도 관련 잡지와 신문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고 주변의 지도자들과도 이야기를 자주 나눠 정보를 얻는다. 학부모나 주민들과의 관계도 돈독해 주 수련층인 학생들에게 지역의 학교, 학원, 과외수업과 관련된 쓸모있는 정보들을 제공한다.

이렇듯 수련생, 학부모, 관장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수련생들은 도장에서 운동을 배우는 것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수련생들에게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하기 위해 송 관장은 5분간 짤막하게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잠깐 쉬는 사이 재미있는 얘기를 꺼내 수련생들을 집중시키는 나름대로의 화법을 연구해내기도 했다. 아이들의 문화코드를 알기 위해 평소 개그프로그램이나 투니버스 만화채널도 자주 시청한다.

일년에 한번씩 수련생들에게 케익을 선물한다. 각 가정 부모들의 결혼기념일에 맞춰서. 수련생들에게 부모에게 효도할 기회를 제공하고 부모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련생들에게 가정의 화목이 가장 소중하다고 일깨우며 송 관장은 “사랑도 쌍방향이 돼야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케익 하나로 한 가정을 즐겁게 만드는 일은 어두운 세상에 작은 성냥불을 붙이는 일처럼 미미할 수 있지만 그 만큼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은경 기자
• kekis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