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최홍희 총재의 군 동기가 되시는 조서길 특무대(대장 김창용) 직속 대령께 안내를 받았다. 한국에서 온 조상민 태권도 사범, 6단. 내가 가진 공식 칭호이다. 임시 숙소에서 짐을 풀고 나니 태권도 체육관을 보고 싶어 졌다. 조 대장 역시 내가 일찍 도착하게 된 사연을 궁금해 하였다. 아직 태권도 체육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수 1천 달러, 체육관 준비 완료라는 초청장의 내용과 현지의 상황은 나의 이른 도착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또한 서울과 비교하니 브라질 상파울로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의 이러한 걱정을 이해한 이사장은 다음날 도시의 중심부로 나를 안내하였다. 명동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최소한 태권도를 가르칠 대상이 있긴 있구나 하는 안도를 느꼈다. 이사장은 도시 외곽으로 나를 안내해 주면서 이곳은 모두 자동차로 이동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반공포로 출신으로 브라질에 왔던 이사장 역시 처음 브라질에 도착하고 겪은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나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정도였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당시 이 사장은 폭스바겐사에 부속을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리를 잡고 계셨다. 이 사장 덕분에 자동차 회사를 견학할 수 있었던 나는 하루 1천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질 현지를 파악하고 보니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로 내가 도착한 70년도에 이미 월드컵 챔피언십을 차지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었다. 내게 브라질은 축구선수 펠레와 삼바 카니발과 전쟁통처럼 무질서하고 시끄러운 나라로 비춰졌다.

그래서인지 전쟁 후 질서가 잡히기 시작하고 국민 모두가 잘 살아보자고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더 절실해지고 있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현지 생활에서의 어려움은 내게 한국으로 지속적인 편지를 보내게 만들었다. 더욱이 현실과 초청장의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한 달반 동안 현지 사정을 이해하고 태권도장 설립을 모색하였으나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서울 국제태권도연맹 총재께 진행상황과 브라질의 열악한 여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미국 등 타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보고를 올렸다.

그러나 한국에서 돌아온 답변은 나의 인내와 정신력 박약에 대한 질책뿐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앞서 브라질 이민을 시작하여 오끼나와 가라데 및 오야마 격신까이 등 일본 무술이 이미 10년 전에 브라질에 전파되었기 때문에 일본 가라데를 능가할 수 있는 태권도 사범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즉 브라질에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바로 나의 능력과 인내가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처지를 다시 생각하고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는 개척자 정신이야말로 태권도인으로서 내가 가질 바른 자세라는 다짐을 새롭게 하였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브라질에서의 태권도 체육관 준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태권도 체육관을 준비할까, 고민 중 조서길 대장에게 의논하였다. 브라질에서 국기 태권도 체육관을 개관하려면 교포들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당시 브라질 교포사회는 두 개 단체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었다.

더욱이 나는 두 단체 중의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 한국에서 불러온 태권도 6단의 깡패로 오인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나를 초청한 단체와 대사관에서는 이런 불미스러운 소문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내게 조심할 것으로 부탁하였다. 브라질 교포사회에 정착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조상민 사범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상민 사범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