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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바로보기1] 태권도가 발전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태권도계 3%의 독극물을 경계한다
  • 이창후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사
  • 승인 2006.05.22 00:00
  • 호수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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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란에서 저 이창후는 매번 태권도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많은 태권도인들께 말씀드릴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그 첫번째이며, 이에 저는 큰 기쁨을 느낍니다. 동시에 태권도신문사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개인적인 기쁨과는 대조적으로 태권도에 대해서 제가 많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별로 즐거운 이야기들만이 아닙니다. 며칠 전에 저는 영국의 한 유명한 도시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는 영국인 사범들로부터 전자우편을 한 통 받았습니다. 원래 친분이 있던 사범들인데, 그 쪽의 근황을 제가 물었었지요. 그 중 한 대목이 특히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영국에서도 모든 태권도 사범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만 태권도를 가르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주변의 태권도 사범들과 그다지 교류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언제라도 영국에 와서 태권도 교류를 하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런 영국 사범의 말이 더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영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곳에서 태권도는 돈을 벌고 개인적으로 출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그런 변질에는 한국인들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어떤 일들이 태권도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님들이 어린이 위주의 태권도 경영을 하는 것을 지적하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태권도 도장을 경영하는 일선 사범님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노력은 곧 일선 사범님들의 생존의 문제이므로 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공리공론이며 무책임한 글쟁이의 말장난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태권도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들은 주로 태권도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권도에 대한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키든 상관없이 돈만 되면 무슨 내용이라도 상품화하는 태권도 인터넷 언론사들, 역사학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태권도의 역사를 폄하해 가며 그런 ‘학문적 업적’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학계에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이비 학자들, 철학과 학부생들조차도 비웃을 만한 사이비 철학을 태권도 철학이라며 여러 책을 써서 이름 알리기에 혈안이 된 학자들, 태권도에 대한 발전적인 정책보다는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서는 공금으로 자기 배를 채우는 태권도계 간부들, 그 속에서 자기 당파를 구축하고 정치꾼들에게 빌붙어서 힘을 키우는 데에만 혈안이 된 태권도인들, 이런 부분들이 진정으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직접 본 것만 해도 웃기는 일들이 여럿 있습니다. 예전에 국기원에 있던 간부가 태권도 발전에 중요한 기획을 한다면서 이론적 뒷받침 작업을 도와 달라고 해서 글을 써 줬더니 그 내용을 얼마 전에 자기 이름을 저자로 해서 책으로 출판했더군요. 또 인터넷에서는 모 대학 겸임교수 책 내용을 철자 하나 안 바꾸고 다른 여러 책에 똑같이 써내면서 태권도 이론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해서 확인해 봤더니 정말이더군요.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자가 우두머리가 되면 양떼라도 모두 사자처럼 용맹스러워지지만 사자떼가 있더라도 그 우두머리가 양이면 그 무리는 양처럼 나약해진다라고. 제가 많은 태권도 사범님들이 일선에서 아이들만 가르치는 것, 그래서 거의 모든 태권도 도장들이 유치원과 다름없이 된 것보다 일부 학자들, 일부 태권도계의 간부들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꼽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어떤 어른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바닷물을 강물과 다르게 만드는 것은 3%의 소금일 뿐이라고. 그렇게 태권도계의 지도자들, 학자들이 하는 역할과 임무는 중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계의 일부 간부들과 학자들이 3%의 소금이 아닌 독극물이 되어서 태권도의 바닷물을 폐수로 만들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는 한국 대표팀에 외국 유명 팀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이 없다고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4강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우리 팀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갑자기 유입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감독과 코치진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집단을 바꾸는 진정한 길은 그 지도층이 쇄신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그리고 누구에게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창후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사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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