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야기. 경남 김해에서 열린 3.15기념 전국태권도대회에 참가한 봉의여중 김미란(29) 코치와 선수들 사이에는 어색함이 가시지 않았다. 김 코치는 고양시청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상지여고에서 잠시 선수들을 가르치다 올초 봉의여중 태권도부 코치로 부임했다.

상지여고에서도 선수들을 지도를 하긴 했어도 다른 코치와 함께 일했으나 혼자서 팀을 맡은 것은 이번 봉의여중이 처음. 부임 당시 여자코치인데다 성격이 여린 편이어서 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몸으로 부딪치는 겨루기 선수들에게는 강하고 독한 지도자가 필요한데 김 코치의 성품을 잘 아는 이들은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처음 팀을 맡을 당시 걱정을 많이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약한가 봐요. 하지만 딱딱한 것은 곧잘 부러지죠? 진정 강한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겁니다.”

정말로 주변의 걱정들은 기우였다. 한 달 남짓 호흡을 맞춰 출전한 3.15기념대회에서 이민지가 은메달을 이가을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봉의여중의 칼은 날카로워졌다.

이가을은 중등부 태권도경기에서는 최고 수준의 대회로 꼽히는 중고연맹회장기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또 4명이 올해 소년체전 강원도 대표로 선발됐고 최혜진은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만하면 여자에, 마음 여린 태권도 지도자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김 코치는 선수를 다그치는 법이 없다. 경기장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혼내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지적해 주고 자신이 분석한 상대선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뿐이다.

그런 김 코치도 연습만큼은 중시한다. “피나는 연습만이 완벽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니처럼 편안히 느끼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연습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아요.” 덕분에 최혜진, 이가을, 이민지 등이 출중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

학교 성적에서 상위 30%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3학년 최혜진은 춘천오픈국제태권도대회에서 입상이 좌절되자 얼굴이 굳어졌다. 코치도 부모도 아직 기회는 많다고 위로했지만 당일 내내 얼굴을 펴지 못할 정도로 근성을 보였다.

2학년 이가을은 체격조건이 좋다. 아직 2학년이라 기복이 있고 경기 운영이 노련하지 못한 것이 단점이지만 168cm의 큰 키에 스피드와 파워를 고루 갖춰서 앞으로 좋은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봉의여중은 현재 10명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김 코치를 포함한 11명의 봉의 전사들이 지금처럼 친 자매 같은 믿음을 유지하며 연습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모습이 머지않은 시기에 여중부 강호 대열에 합류할 청신호로 비쳐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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