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에서 허재영(40) 관장이 운영하는 후평태권도장은 지도사범 이외에 외국인 사범이 함께 수련에 참가해 이채롭다. 수련생들은 우리말을 하지 못하는 켈리 루이즈(Kelly Ruiz, 22세) 사범의 지도에 어색함 없이 즐거워하고 루이즈 사범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제자들의 지도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이다.

요즘 영어 조기교육 열풍이라더니 춘천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그래서 물었더니 “영어를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고 허 관장이 잘라 말한다. 2000년부터 춘천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허 관장은 겨루기 선수 출신. 미국 라스포시타스 대학(Laspositas college)에서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윤준철 교수가 오랜 스승이다. 스승의 제안으로 미국 학생들을 여름방학 기간 두 달여 동안 후평태권도장에서 인턴사범으로 채용해 수련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스승님의 제자들에게는 종주국 한국의 태권도장을 경험하게 해주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는 외국인 사범에게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해 줄 수 있는 기회다 싶어 3년 전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물론 좋다. 도장에서 태권도를 통해 외국인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수련생들에게 학교나 학원에서는 얻을 수 없는 기회. 중고생 수련생들은 인턴사범이 떠난 후에도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인턴사범을 통해서만이 아니다. 한 해 한 번 스승의 미국 현지 도장 수련생들이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40여명까지 한국을 방문해 후평태권도장 수련생 가정에서 4~5일 정도 홈스테이를 한다.
 
방문 외국인은 7~8세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 2인 1조로 각 가정에서 국내 수련생들과 함께 지낸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사실 관장 입장에서 번거로운 작업이다. 3개월 여 전부터 방문할 외국 수련생 숫자를 파악하고 조를 편성하고 함께 지낼 가정도 신청받아 적절하게 연결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에 거부감을 느끼는 가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많은 가정에서 참여를 희망합니다.”

그런 가정에게는 함께 지내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철저한 사전교육도 잊지 않는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헤어질 때 서로 아쉬움에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면 허 관장은 큰 보람을 느낀다.  
왜 이렇게 외국인과의 문화 교류를 중시하는 것일까? 사실 허 관장은 선수생활을 마감할 당시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견문을 넓힐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저는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제자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다 태권도 하나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수련생들이 글로벌한 사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허 관장은 자신의 교육이 제자들이 해외로 나가 수학하고 태권도를 지도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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