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room English]
   ‘줄 세우기’

‘줄을 선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공중도덕을 지키는데 필수적인 요소 중에 하나이다. 작년 북경에서 올림픽을 준비할 때 중국 인민들에게 줄서는 연습을 시켰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줄을 잘 선다’는 것은 문화 질서가 얼마만큼 성숙해 있는 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하게 태권도장에서 줄을 잘 선다는 것은 그 도장 수련생들의 태권도 수련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를 나타내 주기도 한다.

하지만 태권도장에서 기대하는 줄서기는 일반 시민들이 버스 탈 때의 모습처럼 서로의 편의를 위해 편하게 늘어선 질서의식에서 온 것이 아니다. 도장에서의 줄서기란 태권도라는 신체적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오직 수련에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수련생들의 의식적인 행위이다. 어찌 보면 제식훈련(drills)을 모든 군사훈련의 기본으로 삼는 군대 훈련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군인 문화의 영향을 적게 받은 나라일수록 태권도장에서 수련생들이 앞뒤 좌우를 맞춰 줄을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듯하다. 오스트리아의 현지 사범 노버트 모쉬(Norbert Mosch)의 말을 빌리면, “이 사람들은 전에 줄을 서 본적이 없다. 사범이 수련생들을 한 명씩 일일이 고생 끝에 간신히 줄을 세운다. 수련 시작을 나타내는 경례를 하고 나서 그 줄이 유지되면 운이 좋은 날이다. 보통 운동 개시를 나타내는 인사 의식을 마치고 나면 줄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This is the Life I Have Chosen, 태권도진흥재단, 121쪽)

태권도는 한국 고유의 ‘놀이무술’ (“굼실거리는”) 택견과는 달리 절도를 요구하는 동작이 많다. 그래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지 모르지만 좀 경직된 군인과 같은 모습을 더 선호하는 것이 태권도의 원래 입장이다. 도장 내에서 수련생들이 얼마나 줄을 잘 서는 가를 보면 그들의 태권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할 때 도장의 분위기는 사범의 방침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사범이 있는가 하면, 매섭게 분위기를 잡아가는 사범도 있다. 수업에 늦게 오는 수련생이 있을 경우, 사범과 수련생 사이에 오가는 언어가 있다.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도장에서는 보통,

  ① May I join the class? (수업에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② Go and join the back of the line. (뒤에 가서 줄서라)

긴장된 수업 분위기를 깨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군대식 절도를 요구하는 도장에서는,

   ① Permission to fall in.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② Permission granted. (참여해도 된다)

다음 주에는 서기 동작의 마지막이 되는 ‘오금서기’를 학습하고, 주제별로 특정한 동작을 묘사할 때 쓰는 ‘동사’ 중심의 표현을 공부하기로 하자.

서정윤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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