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권도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 왔다. 그리고 국기 태권도를 이 세상에 보급하는데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청도관에서 청용관으로, 진무관 관장으로, 국제태권도연맹(ITF) 수석사범으로 근무하면서 국제사범 교육을 맡아 유능한 사범들을 차출, 해외에 파견하고 태권도 분규수습위원으로 활약하던 나는 1970년 어느날 갑자기 남미 브라질로 파견명령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남미 브라질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나라였다.

내가 국제연맹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는 유럽이나 아시아, 또는 미국 등으로 사범을 파견하였으나 남미 쪽은 감히 생각이 미치지 못하던 곳인데 갑자기 나 자신이 브라질로 떠나게 되었다는 것은 한국 태권도의 분규가 그만큼 심화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출국 준비를 하면서 여권을 받고 비자도 받고 중앙정보부 교육도 받고 난 뒤 선후배들과의 송별 파티가 있었다. 파티는 청진동 요리집에서 열렸는데 그날 밤 큰 폭행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는 젊은 청년 5명이 술을 마시고 주민등록증을 놓고 술값을 주지 않고 말다툼을 벌인 데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는 주민등록증 발급이 처음 시작된 데다 반공을 국시로 삼고 있을 때라 사회에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어 있을 때였다.

그런데 나와 같이 술자리를 한 중정 임원 김덕용 씨가 그 젊은 청년들을 타이르고 술에 취한 젊은 청년들을 내가 나서서 타일러준 것이 오히려 사고의 발단이 되었다. 젊은 청년 중 하나가 당시 서울 검찰청 검사의 동생이었고, 경찰에서는 나를 체포하기 위해 지명수배를 내린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십년공부 남부아비 타불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다 수포로 돌아가는 것인가? 벼랑 끝에 몰린 나는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못하고 운명 앞에 홀로 선 느낌이었다. 죽음을 떠올릴 만큼 어렵고 고단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러 지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를 걱정해 주었고 무사히 출국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님의 걱정을 뒤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오른 비행기는 나를 더운 나라 브라질로 안내해주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남미 브라질. 그러나 그 선택을 간절하게 기다리게 만든 사고. 아마도 나를 브라질로 이끈 것은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큰 힘이었던 것 같다.

마침내 여름옷 몇 벌과 지참금 미화 100달러를 가지고 1970년 6월 4일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 동경공항을 거쳐 나는 브라질로 향하게 되었다. 브라질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나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였다. 한 분 어머님께 하직 인사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사랑하는 형제와 친구들에게도 출국 날짜를 알리지 못하고 도망치 듯 고국을 떠났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일본을 거쳐 도착한 미국 LA 국제공항에서는 일상적인 여권 압수가 도망자 신세인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비록 나의 목적은 브라질이고 태권도 보급이라는 중차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의 처지는 사소한 절차까지도 청천벽력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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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민 사범

  · 1941년생
  · 국제태권도연맹 수석사범
  · 1970년 브라질 도장 개관 
  · 1988년 미국 이주
  ·  미국 태권도 고단자협회 자문위원

조상민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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