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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故 최홍희 우상화를 경계한다최홍희는 ‘태권도 창시자’가 아니라 ‘태권도 작명자’
태권도 발전에 기여...공과 과는 냉철하게 평가돼야
  • 김홍철 기자
  • 승인 2006.05.15 00:00
  • 호수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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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조선태권도위원회는 지난 1월, 국제태권도연맹(ITF) 대한민국협회에 평양태권도행사와 관련된 초청장을 보내면서 고(故) 최홍희 ITF 총재를 ‘태권도 창시자’라고 지칭했다.

현재 ITF에 소속되어 있는 단체와 태권도인들로 ‘태권도 창시자’가 故 최 총재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들이 故 최 총재를 태권도 창시자라고 하는 근거는 국제적 명성의 브리태니커 사전에 故 최 총재가 태권도 창시자라고 명기돼 있고, 50년대 중반 ‘태권도’라는 공식 명칭을 만든 주역이라는 것이다. 고인도 생전에 자신을 가리켜 ‘태권도 창시자’라며 강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故 최 총재는 태권도 창시자가 아니라 작명자다. ‘태권(跆拳)’이라는 두 글자는 1955년 그의 제안에 의해 작명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가 태권도를 창시했다고 하는 근거는 그 어떤 사료에도 나와 있지 않다. 또 그와 함께 50-60년대 태권도협회 임원으로 활동했던 원로들조차도 그를 태권도 창시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창시(創始)’는 ‘처음 시작함’을 뜻하는데, 故 최 총재가 ‘태권도를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어불성설이다.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은 “태권도 창시자란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사람을 의미하는데, 우리들은(태권도인들은) 그와 같은 의미에 동의하지 않을 듯싶다”며 “왜냐하면 최홍희가 오늘날 태권도를 처음 시작하고 보급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본지 5월 1일자 11면 참조>

그가 50년대 오도관(吾道館)을 만들어 군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보급하고 ‘태권’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당시에도 현대적 의미의 태권도는 엄연히 존재했다. 다만 그 당시에는 태권도라는 명칭이 없어 공수도 혹은 당수도가 통용되던 시기였을 뿐이다.

해방 이후 생긴 청도관과 무덕관, 송무관, 조선연무관(지도관), YMCA 권법부 등은 창설자들의 무술 이력이 어떻든 현대적 의미의 태권도를 파생시킨 태권도 모체관(母體館)이다. 이 모체관에서 무술을 수련한 사람들이 태권도의 도약과 발전을 이끌어냈고, 현재 태권도 원로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태권도 창시자라면 현대적 의미의 태권도를 개척한 태권도 1세대와 2세대는 깡그리 무시되는 것이다.

만약 고인이 태권도 창시자라면, 1955년 청도관(靑濤館)에서 손덕성 관장 명의로 명예 4단증을 받은 이유를 명쾌하게 해명해야 한다. 태권도 창시자라고 하는 그가 현대적 의미의 태권도 모체관 중 대표 격인 청도관의 명예단증을 원해서 받았다는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울신문, 1959년 6월 16일자 청도관 손덕성 관장 성명서 참조>

故 최 총재가 태권도 창시자라면 객관적이고 명확한 역사적 사료가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고인을 태권도 창시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ITF에 소속되어 있는 소수의 태권도인에 불과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ITF 측은 “WTF에 소속되어 있는 기득권 태권도인들이 故 최 총재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의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권도 창시자는 故 최 총재가 아니다. 그는 태권도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던 시절에 태권도라는 명칭을 만들고, 자신의 철학과 성향에 맞게 태권도를 창작하고 변형한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만든 태권도의 틀은 과연 어디에 기초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고, 1973년 캐나다로 망명하기 전 그가 보여줬던 일련의 행동은 태권도 창시자다운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그는 태권도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공(功)과 과(過)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후진들에 의해 냉철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제 그를 가리켜 ‘태권도 창시자’라고 하는 맹목적인 추앙은 없어져야 한다. 보편타당한 근거도 없고, 많은 태권도인들로부터 인정도 못 받는 상황에서 태권도 창시자라고 하는 것은 고인을 우상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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