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태권도협회를 제외한 15개 시도협회가 국기원이 발급하는 품-단증에 도장 코드번호(바코드)가 아닌 도장명을 명기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개 시도협회 전무들은 지난 2일 국기원 원장실에서 열린 엄운규 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국기원이 새로 발급하는 품·단증에 도장명을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환 전남협회 전무(아래)가 도장명 명기를 강력히 요청하자 이근창 국기원 기획조정실장이 국기원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15개 시도협회 전무들은 다른 시도에 심사를 접수하는 부조리를 방지하고 심사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선 도장명 명기가 필요하다며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협회는 품·단증에 도장명을 명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종위 서울협회 전무는 “(각종 대학동문 도장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회원들이 도장명 명기를 반대하고 있고, 회원의 80%도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도장명 명기보다는 도장 코드번호를 명기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4면

장 전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박경환 전남협회 전무는 “서울에만 대학동문 도장이 있는 것이 아닌데, 유독 그 이유가 도장명 명기를 반대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되는지 의아스럽다”며 “다른 시도의 심사를 받아 재정적으로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 도장명을 명기하면 그렇게 되지 않으니까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주복 강원도협회 전무도 “단증에 바코드를 넣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규모가 큰 서울이 반대한다고 해서 도장명을 명기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 15개 협회가 원하면 도장명을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순명 인천협회 전무와 오승철 경남협회 전무 등도 도장명 명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장 전무는 도장명 명기를 반대하는 구지회 회원들의 입장을 전하면서 “타 시도의 심사 수익금 때문에 도장명 명기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예산이 줄어들면 줄어든 예산에 맞게 사업계획을 세우면 된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윤웅석 광주협회 전무(전무협 회장)은 “단증에 도장명을 명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를 중시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도장명을 명기해야 한다”며 “서울을 제외한 15개 협회가 원하고 있으니 도장명 명기를 원칙으로 하되 서울은 잠시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기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엄운규 원장은 “서울을 제외한 15개 협회가 원하면 많은 곳의 입장을 따라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행정 절차라는 게 있다”며 “대한태권도협회(KTA)에 심사권을 위임했으니 협회와 협의를 한 후 그 결과를 알려주면 운영이사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원만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TA 집행부는 15개 시도협회의 원칙적인 입장을 수용해 지난 9일 ‘품·단증에 도장명을 명기해 달라’는 요청서를 국기원에 전달했다. 앞으로 국기원이 이 현안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 지 주목된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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