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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채- 세계를 향하여[4]아르헨티나에 맨손으로 도장 열어
  • 구영채 사범
  • 승인 2009.06.16 10:09
  • 호수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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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나는 주택을 태권도 도장으로 만들기 위해 목재소로, 철물점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돌아다녔다. 생전 경험도 없던 나는 내 손으로 그 넓은 도장 마룻바닥을 다 만들었다. 손에는 여기저기 피멍이 들었지만, 이제는 도장을 개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픔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모든 경비를 댄 대사는 수강생이 모이면 수강료를 반씩 나눠 갖기로 약정했으나 한 번도 자기 몫을 찾아 간 적 없이 모두 나에게 주었다.

하루는 꼴만 대사가 자기를 따라오라며 라 플라타(La Plata) 대학교를 찾아갔다. 대사는 미리 인쇄한 태권도 도장 광고 전단지를 들고 등교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장씩 돌리는 게 아닌가.

전직 대사며 현재 외무부 고위 공무원 신분인 그가 어린 학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한국에서 온 전통 태권도 사범이 지도할 테니 와서 태권도를 배우라는 거였다. 대사 뒷전에 서서 머뭇거리기만 하던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대사를 보며 헛된 꿈, 딴 생각 않고 아르헨티나의 태권도 보급에 이 한 몸 다 바치기로 각오했다.

그 후 며칠 뒤부터 전단지를 받아본 학생들이 하나 둘씩 도장으로 찾아오는데, 문제는 생소하기만 한 스페인어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스페인어를 까스떼쟈노(castellano)라고 하는데, 챠우(chau, 안녕) 소리나 귀에 들어오지 도무지 귀머거리, 장님이었다.

그때 느꼈지만 외국에 나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란 현지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강생들 가르치는 시간 외에는 밤낮으로 책과 사전을 들고 스페인어 공부에 매달렸다.

관원(수강생)들도 많이 늘고 도장운영도 순조롭게 돌아가던 어느 날 나는 한국을 떠나올 때 준비해온 태권도협회의 정관의 사본을 꼴만 대사 앞에 내놓으며 “대사님. 이제 체육관 개관식도 했고 관원들도 모였으니 제가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았습니다” 하며.

세계태권도연맹 지부, 아르헨티나 태권도협회를 구성해서 아르헨티나체육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올림픽위원회에도 등록해야 될 당위성을 설명했다.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서 한국의 태권도가 처한 상황을 잠시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때 한 뿌리를 가진 우리 태권도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치한 정치상황에 의해 친북인사 최홍희 씨가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과 남한(南韓)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으로 남과 북이 갈라져 있었다.

남미, 그 중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정, 관계는 물론 일반 태권도장마저도 이미 먼저 진출한 국제태권도연맹의 영향력 하에 놓여 있었다. 예를 들어 최홍희 씨가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면 루나 파크(Luna Park)라는 한국의 세계문화회관 격인 곳에서 이 나라 각계 고위인사들과 수천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해 최홍희 씨 입장을 모두 기립박수로 맞이하는 정도였다.

그러기에 나는 대사에게 그들이 먼저 아르헨티나 체육협회에 등록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등록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구영채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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