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장의 가장 큰 적은 ‘불신’

신병주 기자
승인 2009.06.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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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관중이 경기를 더욱 뜨겁게 해

지난 달 30일부터 전남 장흥에서 열린 소년체전 태권도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빈자리 없는 관중석이었다. 물론 순수하게 태권도 경기를 즐기러 온 이들은 거의 없었다. 선수들과 학교 친구들, 학부모, 학교 교사 등이 관중의 대부분. 각 시도협회의 참여도가 높았다는 결론이다. 또 대회가 열린 장흥군 내 학교의 학생들이 체험학습 명목으로 태권도 경기를 관람한 것도 한몫 단단히 했다.

대한태권도협회 양진방 전무는 “소년체전, 전국체전을 통틀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어차피 태권도 경기는 매표를 하지 않아서 정확한 관객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번 대회는 관중석이 북적거렸고 덕분에 경기장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올랐다.

태권도 경기장은 늘 빈자리가 많다. 익숙해진 일이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장의 열기가 뜨거울 때면 선수들도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2002년 월드컵 축구 한국의 4강 신화에서도 증명됐듯이 바라보는 눈과 응원열기가 선수들의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태권도인이 “태권도 경기장에도 표를 사서 들어가 관람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 꿈”이라고 하던 말이 기억난다.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우든 인근 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으로 경기장을 찾든 태권도 경기장에 들어오면 경기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는 ‘많은 관객들이 경기장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굴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

#2. 경기장의 가장 큰 적은 ‘불신’

관례처럼 지도자들의 과격한 항의가 예상됐던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 최종전이 의외로 조용히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경기장 문화를 지켜 나가고자 하는 태권도인들의 의지가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 소년체전 경기장 질서도 지난해 소년체전, 전국체전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지도자들의 과격한 항의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각 시도협회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회 이틀째 충북체육회 소속 모 인사가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으로 내려와 “태권도가 썩었다”고 험한 말을 했다. 당시 충북은 얼굴득점 인정 여부로 지도자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소청을 제기했고, 소청위원회는 비디오 확인 후 회의를 거쳐 이를 기각했다. 충북 체육회 인사는 이에 항의한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까지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경기장에 아직 꿈나무들과 학부모 등 관중들이 퇴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육회에 몸담고 있는 인사로서는 너무 경솔한 발언이었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분명한 근거가 필요하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태권도가 썩었다”고 말한다면 태권도와 전체 태권도인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 경기의 발전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원회 윤웅석 의장은 “같은 일이 벌어져도 생각이 다르면 다르게 보인다. 색안경을 벗고 경기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