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말해서, 외국 나가서 북한 사람에게 포섭당하지 말라는 일종의 사상교육이었는데, 막상 아르헨티나에 와서 보니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북한 대사관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었다고 했다. 아, 그래서 그런 교육이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서 보니, 아르헨티나는 이미 태권도의 불모지가 아니었다. 수도(首都)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는 한국인 태권도사범이 가르치는 태권도 도장이 서너 개 있었고, 어느 한인사범은 이 나라 정보기관의 특수인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분들은 이런저런 개인 입장으로 이민을 왔다가 태권도 특기를 살려 도장을 운영하고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거였다.

 군정으로 언론이 탄압받고 억눌린 심정을 표현할 길 없던 그때, 극장에서는 이소룡이 주연으로 나오는 무술영화가 한창 인기였다. 이 나라 젊은 청년들은 신비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동양의 무술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래서인지 한인이 가르치는 태권도 도장으로 많은 수강생들이 몰려들게 됐다. 가히 태권도 붐이라 할만 했다.

 한국에서 귀국한 꼴만 대사는 외무부에 근무하며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태권도 도장을 낼 계획을 진행하고 있던 어느 날.

 “마에스트로 구. 도장은 까삐딸(Capital, 수도)에 내는 게 아니오.”
 “왜, 이곳에 있는 다른 도장들은 모두들 잘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을 피하자는 겁니까? 대사님.”
 “마에스트로 구. 다 생각이 있어 그럽니다. 이 나라 젊은 학생들을 공략하려고 합니다. 당신도 내게 말하지 않았소, 태권도는 잠시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그러니 젊은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놓으면 아르헨티나에 당신이 뿌린 태권도가 굳게 뿌리를 내리지 않겠소,”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도 세심하고 자상하게 나와 태권도를 생각해 주시는 대사님께 대한 새삼 고마움 밖에는. 대사가 아파트를 구해 주고, 태권도 도장으로 건물 한 채를 구입한 곳은 경기도 수원시 같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州) 도청 소재지며 교육도시이기도 한 라 쁠라따(La Plata) 시(市).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60Km 떨어진 깨끗한 전원도시였다.

 이곳은 학생 숫자가 상주인구보다 많아 방학이 되면 도시가 텅 비기도 했다.
 

구영채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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