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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케냐의 모습은 짐바브웨와 상반된, 어쩌면 너무나 익숙한 아프리카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길은 지저분했고 건물은 낡고 허름했다. 교통체증이 심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시간씩 허비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아프리카에서는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나라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케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다르게 공산주의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UN 기구나 서방국가들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서방국가들이 꾸준히 구호자금과 물품을 공급해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매연이나 환경오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거리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였다. 사람들은 흙길을 걸어 다니고 신호체계가 없어 교통체증과 교통사고도 심각했다. 머무는 동안 호텔을 벗어나 차로 이동한 시간이 채 4시간이 안됐지만 가벼운 접촉사고를 3번이나 목격했다.
케냐에서는 두 차례 시범이 있었다. 첫 시범은 5월 2일 케냐 오픈 태권도대회 개막행사로 우리 시범을 관람한 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실 짐바브웨도 그렇지만 케냐는 해발 1,678m의 고지대다. 조금만 뛰어도 쉽게 피로를 느끼고 숨이 차오르며 심하면 현기증까지 느낄 수 있다. 힘든 일정 속에서 단원들의 피로도 많이 쌓였을 것이고 고지대로 인한 체력저하가 크게 걱정됐지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시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단원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 케냐 첫 시범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호텔 안에 마련된 공연장이 있는 야외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도 감상하였다. 30명 정도의 흑인 남녀로 구성된 공연단이 다양한 춤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늘은 앉아서 편하게 남이 하는 공연을 지켜보지만 내일은 우리가 저 위에서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보이고 알리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시범 연습에 들어갔다. 무대의 특성에 맞게 리허설을 한 후 각자 시범 준비에 들어갔다. 전날 시범으로 심신이 피곤해 힘들 법도 했지만 시범이 시작한 후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했다. 이번 파견 시범 중 가장 관객과 가까이에서 하는 시범이었고 대사님께서 직접 초대한 사람들이어서 외국인도 물론 많았지만 교민들이 많았다. 시범이 끝난 후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붙잡고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하시는 아주머니, 깨진 송판을 들고 와서 일일이 사인을 요청하시는 분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시는 분들... 이렇게 우리의 아프리카 일정은 끝이 났다.
시범은 늘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어른과 아이, 여자와 남자, 한국인과 외국인,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구분 없이 시범이 끝나면 모두 하나가 된다. 한 번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는 분도 계시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시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는 분들도 계신다. 태권도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감동을 준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시범 역시 중요하지 않은 시범은 없다. 이번 아프리카 일정 동안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 시범단 모든 단원들과 임원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반은아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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