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대중들이 여가와 스포츠를 위해 투자하던 부분을 줄이게 된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독일 사람들은 취미생활에 드는 경비를 줄이며 지출을 줄여가게 된 것이다. 주변의 체육관에 수강생들이 줄어들었고 우리 체육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 경진이가 우리 체육관에 유치부를 개설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어렸을 때 유치원생들이 배우는 스포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체육관에 유치부가 있다면 어린이들이 태권도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하루에 꼬박 다섯 시간 달아서 운동해야 하는 때도 많은데 유치부를 따로 개설하게 되면 한 시간이 더 늘어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중될 터였다. 며칠 동안 나를 설득하다시피 하던 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나는 시험 삼아 몇 달간 운영할 방침을 세우고 언론을 통해 홍보를 했다.

현재까지 도장 입관 시 최소 연령은 만 6세 이상으로 그 나이가 되어야 초등부반에 입관할 수 있었다. 경진이의 제의를 받아들여 만 4.5세를 기준으로 한 유치부반을 개설하였다. 아들의 예상대로 첫날부터 부모님과 유치원생들이 몰려왔다. 처음에는 겁을 내고 수줍어하던 아이들이었지만 놀이처럼 재미있게 태권도를 배워나가면서 점점 실력이 늘어갔고 부모님들 역시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두 달이 못되어 한반에 30명씩 2개 반을 개설하게 되었고 수련 시 부사범의 자격으로 초등부반에 유급자 두 명을 동반하여 지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유치부반의 전체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즐거운 놀이처럼 재미있게 구성이 되었는데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지도방법을 아들이 연구하였던 것이다. 자기를 늘 단련하며 지도자로서 거듭나 관원이 다시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아버지로서 몹시 든든한 마음이었다.

2004년 12월, 경진이가 어느 날 오랫동안 교제해온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 저 오랫동안 사귀어 온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인지 궁금하니 소개를 시켜 주겠니?”
“한국 사람이 아닌데 괜찮아요?”
“네가 좋아해서 사귀는 사람인데 부모는 상관없다.”

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경진이가 소개시켜 준 아가씨는 초면이 아닌 오랫동안 체육관에서 헬스와 테보를 하던 관원 마누엘라(Manuela)였다. 인물도 출중하고 마음씨도 예쁜 아가씨였다. 마누엘라의 가정도 화목하였고 무엇보다 마누엘라가 참한 아가씨여서 우리 부부 내외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경진이와 오랜 시간 만나왔고 우리 체육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아무런 벽 없이 쉽게 가족처럼 되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체육관이 조용한 시기에 우리 가족은 마누엘라와 한국을 방문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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