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4살이 갓 넘었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 후 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에 장을 보러 차를 몰고 가는 중이었다. 뒷좌석에 있던 큰 아이의 “엄마, 동생이 동전을 먹은 것 같아요”라고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뒷좌석을 돌아보니 작은 아이가 두 손을 목에 대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순간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차를 댄 후 아이를 차 밖으로 내렸다.

한림대학교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유지영 교수.

아이는 말을 못하고 입 주위가 파랗게 질리면서 눈이 점점 풀려가는 아주 긴급한 상황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이러다가는 아이가 잘못될지도 몰라’,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119 신고?’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마구 스쳐갔다.

  1년에 수차례씩 ‘이물질 기도 폐쇄의 응급처치’를 강의하고 실제 환자를 보아왔던 이 의사 엄마도 막상 내 눈앞에 벌어진 그 상황에서 멋있게 응급처치를 실시할 평정심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직업의식(?)이었을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하임리히법’을 시행하였다.

‘하임리히법’은 성인이나 1세 이상 어린이의 기도가 심하게 막혔을 때 하는 응급처치법으로 구조자가 환자의 뒤에 서서 양팔로 감싸듯이 잡고 명치 끝에 양손을 포개어 잡고 구조자 쪽으로 주먹을 세게 밀어 올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이물이 기도에서 빠지거나 환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계속하여야 한다.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작은 아이를 부여잡고 하임리히 법을 수차례 반복하기를 얼마나 했을까? 아이가 울컥하고 토하면서 숨을 내쉬며 입가의 청색증이 풀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이제 살았구나.’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었음을 확인한 후 인근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옮긴 후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물질로 기도가 막히면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손으로 목을 감싸게 된다. 이와 함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 기침 · 구역질을 호소하면 이물질에 의한 기도 폐쇄를 의심해야 한다.
기도 폐쇄의 정도와 상태에 따라 응급처치법이 달라진다. 기도 폐쇄 증상이 경미한 경우는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소리를 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환자를 건드리지 말고 스스로 기침을 해서 기도에 막힌 것을 뱉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면 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할 경우  환자는 목을 감싼 상태에서 기침도 못하고 입술 주위가 파랗게 변하게 되므로 이때 ‘목에 뭐가 걸렸나요?’ 라고 재빨리 물어본 후 환자가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면 119에 신고하고 응급처치에 들어가야 한다.

앞서 작은 아이의 경우처럼 성인이나 1세 이상 어린이에게는 ‘하임리히법’을 시행해야 하지만 1세 미만의 영아에게는 그 대신 구조자가 아이를 무릎 위에 올리고, 한 손으로 아이의 머리가 가슴보다 낮게 한 뒤 등(양쪽 날개뼈 사이의 가운데)을 위로 밀듯이 손바닥으로 5번 세게 친다. 이어 아기를 반대편 무릎으로 뒤집은 뒤 양쪽 젖꼭지를 가상으로 연결한 선 바로 아래 부위를 두 손가락으로 5번 힘껏 누르는 처치를 해야 한다. 모든 환자의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반응이 없으면 즉시 심폐소생술에 들어가도록 한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꼬마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 재미있게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나는 마치 간증을 하듯이 강의 때마다 내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물질 기도폐쇄에 대비하여 평소에 응급처치법을 잘 익혀둘 것을 거듭 강조하게 되었다.

유지영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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