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생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줘야 합니다.”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용인대 석사태권도장의 임상곤(41) 관장은 생일을 맞은 수련생들에게 작은 자명종을 하나 준다. 마케팅 수단으로서는 분명 아니다. 수련생들에게 아침에 일어나는 일부터 학교에 가는 일,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는 일, 도장에 가는 일 모두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깨우침을 주기 위해 마련한 아이디어다.

용인대 석사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얼굴막기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임 관장은 “요즘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모가 시작한 과잉보호로 인해 나약해지고 있으며 자립심이 부족하다. 대학생 자녀의 시험범위를 묻기 위해 교수에게 전화를 거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이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시간을 맞춰놓고 수련생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자명종을 활용하는 것이다.

수련생들에게 자립심을 기르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한 임 관장의 의지는 강하다. 지난 8~9일 용인대 석사태권도장에서는 이색 합숙훈련이 진행됐다. 수련생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스스로 챙겨 오도록 하고 침구정리도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각 가정에서 도장에 문의전화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결석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 수련생이 직접 도장으로 전화를 걸게 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도록 훈련했다. 이와 관련 4월 소식지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자녀 자립심 교육에 관한 내용을 담아 전하기도 했다. 소식지를 보면 어린이들이 나이가 어려도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많다고 소개하고 있다.

만 2~3세의 아동은 옷 벗기, 양말 빨래통에 넣기, 이 닦기 등을 혼자서 할 수 있고, 만 4~5세 수련생에게는 식사 전 손 씻기, 소변보고 물 내리기, 식사 후 밥그릇 싱크대에 갖다 놓기 등을 통해 자립심을 심어 줄 수 있다. 초등부 저학년은 준비물 준비하기, 가정통신문 부모에게 전달하기, 숙제할 시간과 놀 시간 정하기, 부모지도 아래 머리감고 샤워하기 등이며, 고학년은 학기 전 노트와 책꽂이 정리하기, 시험대비 학습계획표 짜기, 식사 후 반찬 뚜껑을 닫아서 냉장고에 넣기, 계절별 옷장 정리하기 등을 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자립심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연히 차안에서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얻었다. 그 후 각종 전문 서적과 시청각 프로그램, 신문 등 자료를 수집해 두었다.

임 관장은 이런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자립심이 수련생들 몸과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평소 무관심했던 학부모들에게도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서 도장을 경영했던 임 관장은 그곳에서도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수련생 지도로 학부모들과 수련생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1998년부터 용인대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한 뒤 현재는 전남 나주대학으로 강의를 나가고 있다. 그동안 대학원 공부와 강의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도장 경영을 접었던 임 관장에게 항상 마음의 고향은 도장이었다.

용인대 석사 도장의 임상곤 관장.

지난 1월 현재의 도장을 개관, 4년 만에 다시 도장경영 생활을 시작한 그는 그동안 도장 지도자로서 감각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분발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도장들 간의 마케팅도 더 심화됐고 수련인구가 줄어드는 등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학부모들이 도장에 대해 갖기 쉬운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진역하고 있다. 도장이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배워갈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임 관장은 “수련생들의 고운 심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말보다는 행동을 먼저 보이는 지도자가 되겠다”며 “도장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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