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경기장에서 보이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어떤 이는 선수보다 더 경기에 몰입해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나타내 보이기도 하고, 큰 소리로 선수를 다그치는 것도 다반사다.

전영환 코치

지난 3월 경남 김해에서 열린 3.15기념 전국태권도대회에서 기흥중 전영환 코치는 경기장내에서 크게 흥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차분함 속에서도 주장 안혁진이 플라이급 결승에 진출해 강호 풍생중을 상대로 선전한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핀급 다음으로 많은 166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접전을 벌인 플라이급 우승은 다른 체급우승보다 더 값진 성과다.

동계훈련에서 안혁진을 지켜본 타교 태권도 지도자들도 이번 대회 성적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전 코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8강전부터는 실력은 기본이고 운도 같이 따라주고 컨디션도 좋아야 입상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경기 당일 선수와 마음이 참 잘 맞는다는 느낌이었고 우승도 바라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결승 경기에서도 내 지시를 혁진이가 그대로 경기에 적용해 주었습니다. 호흡이 잘 맞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안혁진은 실제로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 스피드도 빠르고 파워가 강해서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교 코치들이 안혁진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던 이유는 기흥중 태권도부의 훈련 분위기 때문이다.

기흥중에서만 11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전 코치는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한다. 엄하게 혼내지도 않고, 경기장에서도 휴식시간에만 작전을 지시할 뿐이다.

“스스로 운동해야 한다고 늘 얘기 합니다. 억지로 시켜서 따라오는 아이들이 있고, 자율적으로 해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전 자율적인 지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전 코치의 주관 때문에 기흥중 태권도부는 억지로 운동하는 선수들이 없다. 전 코치는 그런 기색이 보이면 선수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런 마음으로 운동해 봐야 역효과만 생기기 때문에 집에서 쉬고 다음날 다시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교육 방법은 훈련장에 남아있는 아이들에게도 더 성실하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사실 매를 대면 아이들을 일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일 뿐입니다. 물론 잠재적 능력을 끓어내기 위해 엄한 지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만 태권도를 할 것도 아니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지도자로서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선수들도 자율적인 교육방식에 좋은 반응이다. 억압받고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운동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표정에서 묻어난다.

기흥중 태권도부의 훈련모습. 전영환 코치가 선수들에게 올바른 동작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 기흥중 태권도부의 목표는 소년체전 입상. 이는 모든 초중등부 태권도부의 공통된 희망일 것이다. 소년체전에는 지역 대표로 선발되는 것 자체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특히 경기도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으로 꼽힌다. 기흥중은 이번 경기도 대표선발 최종전에 4명이 출전해 주장 안혁진만이 최종 선발됐다. 모두 선발되지 못해 아쉽지만 소년체전 메달 하나라도 노려볼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3.15 대회 이후 빠른 상승세를 보이는 안혁진이 소년체전에서 전 코치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춰 기흥중의 이름을 알릴지 궁금하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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