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경기도 시흥시 대야초등학교 강당. 태권도 기합소리가 요란했다. 강당 안에는 경희대호돌이태권도장 수련생들의 불우이웃돕기 시범축제 열기가 한창 달아올라 있었다.

정봉현 관장.

정봉현(39) 관장은 경기도 시흥시에서 도장을 개관한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수련생들과 함께 불우이웃돕기 시범축제를 벌이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수련생들이 제각기 1년 동안 모아온 저금통을 털어 직접 모금함에 넣었고 지역 주민들도 모금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한 지역에서 9년 동안이나 시행해온 행사라서 제법 소문이 자자하다. 올해도 50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태권도시범을 보러 학교 강당을 찾았다. 경희대호돌이태권도장 전체가 참여한 이 시범축제에서 수련생들은 품새, 각종 격파, 쌍절곤, 태권체조, 줄넘기 등 다양한 시연을 펼쳐 관객들의 환호를 샀다. 수련생들도 흥이 나서 평소보다 더 좋은 실력을 발휘했다. 이날 시범축제 행사에서 거둔 모금액 전부는 인근 고아원과 양로원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사실 행사 준비가 보통일은 아니다. 지도자도 수련생도 몇 개월 전부터 시범축제 준비에 정신이 없다. ‘체육관 운영하려면 시간적 육체적으로 여유가 없을 텐데 바쁜 와중에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정 관장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자신을 풍요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다.

“젊은 시절 우연히 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 행복하더군요. 내 삶에 만족도 하게 됐고,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것들을 내 제자들에게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에 수련생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정성을 모아 불우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지역 주민들은 태권도 시범을 볼 수 있어서 좋고, 물론 수련생들도 좋아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행사로 태권도의 올바른 정신을 일반인들에게 알릴 수 있고, 시연을 통해 태권도의 이미지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또 이와 같은 태권도 이미지의 개선은 도장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가 바로 실력이다.

호신술을 선보이는 수련생 모습.

경희대호돌이태권도장에 대해 정 관장의 선배나 동료들은 농담삼아 “태릉선수촌”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만큼 심층적인 지도를 하고 있으며 실력도 좋다는 말이다.

“아이들도 성취감이 있어야 합니다. 수련기간이 길어 급수만 높아지고 실력 향상이 없으면, 흥미를 갖지 못합니다. 당연히 수련효과도 떨어지겠지요. 고된 만큼 실력이 향상되는 기쁨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수련생들의 태권도 실력이 높아 전국대회 우승 전적도 많다. 지난 5, 6일 삼척에서 열린 한국중고태권도연맹회장기 품새대회 태권체조부문에서는 쟁쟁한 전국 강팀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대회 입상이 잦다보니 고등부 수련생들이 태권도학과에 진학하는 일도 많다.

올해 졸업한 장세훈과 류기민은 각각 경희대와 우석대에 진학했다. 특히 장세훈은 지난해 12월 터키에서 열린 제3회 WTF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주니어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고실력을 인정받았다. 류기민은 우석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성인으로 자라난 제자들은 정 관장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이자 미래를 함께할 동반자다.

불우이웃돕기 시범축제에서 경희대호돌이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쌍절곤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자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내게 꿈이 있다면 이 녀석들과 힘을 합쳐 제2, 제3의 호돌이태권도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태권도를 통한 산교육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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