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한국대표로 출천해 세계 각국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귀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서성교 씨(39). 그는 선수시절 세계 각지를 돌며 여러 대회에 참가해 입상했던 유능한 태권도 선수였다. 선수생활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실업팀에서, 또 외국팀들을 지도하며 한동안 엘리트 선수 지도자로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서성교 관장.

그러던 그가 지난 2003년 돌연 태권도장을 개관하려 하자 주위의 만류가 만만치 않았다. 엘리트 선수 지도를 포기하고 도장을 열어 돈벌이에 나선다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 및 지도자 출신인 서 관장은 일선도장관장에 대한 열망이 컸다. 무엇보다도 선수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됐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수련생을 지도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붙인 도장 이름이 ‘국가대표태권도장’.

“평소 아이들을 좋아했고, 태권도 지도라면 자신이 있었기에 뜻한 대로 도장을 내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처음 개관했을 땐 저 자신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개관 6년째. 서성교 관장이 어린 수련생들을 붙들고 땀 흘려온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물론 선수들 가르칠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경기를 하고 선수를 지도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줍니다. 특히 경기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접했던 문화 등을 이야기해 주면 아이들에게 간접 경험도 되고 듣는 것 자체도 즐거워합니다.”

국가대표태권도장의 수련생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관장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크고 자신감이 넘친다. 때문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도 도장 밖에서 모범적으로 행동한다. 발표수업이나 상담시간에도 “관장님처럼 태권도 국가대표가 될래요”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수련생들이 꽤 많다.

국가대표태권도장에는 수련생을 위해 준비된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도장에서 격일로 외국인 태권도 지도자가 서 관장, 지도사범과 함께 수련생들을 지도한다. 서 관장의 제자인 데이빗 패리쉬(25) 씨가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 패리쉬 씨는 미국에서 서 관장의 지도를 받았던 인연으로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국 태권도를 직접 접하기 위해 스승의 나라를 찾았다. 최소한 1년 이상은 머무를 생각이라고 한다.

미국 현지에서 태권도장 수석사범으로 활동했던 패리쉬 씨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수련생과의 교감이 잘 형성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의 구령을 수련생들이 큰 소리로 따라하고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패리쉬 사범은 “월수금요일에 수련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칩니다. 하지만 오히려 제가 수련생들을 통해 한국문화를 배우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며 태권도 수업시간에 대한 즐거움을 표했다.

서 관장이 이런 프로그램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모두 수련생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직접 외국을 돌아다니며 글로벌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언어만 해도 문법과 단어를 정확히 아는 것 보다 대화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외국의 제자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도장에서는 수련생들을 위해서 앞으로도 외국인 제자들을 지속적으로 받을 생각입니다.” 물론 서 관장의 외국인 제자들은 지도자로서 태권도 실력과 신분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국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외국인에게 한국문화와 정통 태권도를 전파하고, 체육관 수련생들에게 외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서 관장의 노력이 국가대표태권도장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