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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도덕성 교육의 허실(虛實)
  • 임태희 전문위원(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사)
  • 승인 2006.04.24 00:00
  • 호수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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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지도현장에서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교육목표 중의 하나는 바로 인성교육이다.

인성은 타고난 생리적 특성, 환경적 체험, 그리고 개인의 독특한 지각과 인식에 의해서 형성된다. 즉 인성교육은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그 경험을 통하여 감정의 인식과 조절방법을 배우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성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인성교육에 앞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바로 인성의 범위와 정의이다.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대개 도덕이라고 얘기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그릇된 것을 합리화한 도덕적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한 예로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은 도덕적 판단기준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합법적 전쟁 도발로 수십 수만 명을 살해하는 것은 도덕적 판단기준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다.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에 있어서 도와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에도 옳고 그름의 개인차가 존재한다. 이 말은 개인이 자신의 도덕성과 사회성에 대한 이해관계가 어떻게 범주화되고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도덕성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세우고, 그것을 토대로 개념화 하고 이론을 발전시켜 현장에 적용 시켜야만 타당성 있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대중이 인정하는 일반화가 가능한 것이다. 이는 태권도 현장에 도덕성의 정의와 관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현장적용 연구를 통해 태권도와 도덕성(사회성)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도덕성의 조작적 정의, 교육 심리학적 측면에서 인간을 보는 고전적 관점들, 최근 사회와 성격발달 관점, 유아의 사회와 정서발달, 자아와 사회 인지발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태권도 프로그램 또는 사범의 역할이 이러한 도덕성, 사회성 등에 어떤 영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해야 함은 태권도계에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우선 무도에서 강조하는 도덕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는데, 도덕성(사회성)은 “한 집단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이득과 손해, 의무와 책임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원리(상대적일 수 있는 선과 악의 구별 기준)”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도덕성에 대한 기준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이것은 곧 개인의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결국 무언가를 도덕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양심에 따른 개인 판단에 맡겨지는데, 어떤 상응하는 손해에 대해 감수하려는 생각으로써, 악한 행동이나 선한 행동의 회피는 판단의 미숙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인류학자 Camphell이 주장한 바와 같이 도덕적 판단 기준은 인류 문화적 영향이 매우 큰데, 크게 세 가지 도덕적 판단 기준으로 설명 가능하다.

도덕에 대한 인류문화의 판단 준거는 사회정의기준, 책임기준, 상호작용기준으로 대별할 수 있다. 사회정의기준(Norm of Social Justice)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똑같이 취급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는 동등한 분배의 원칙을 고수하고, 계약 개념이 포함되는데, 즉 능력과 희소성에 따라 배분의 차가 생긴다. 이는 인간을 평등하게 생각하고, 존엄성의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의 문화가 좋은 예이다.

책임기준(Norm of Responsibility)은 공자의 삼강오륜 개념이 대표적인데, 구성원 간에 계급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다. 삼강은 ‘君爲臣綱(군위신강)’, ‘父爲子綱(부위자강)’, ‘夫爲婦綱(부위부강)’으로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오륜은 맹자(孟子)에 나오는 ‘父子有親(부자유친)’ ‘君臣有義(군신유의)’ ‘夫婦有別(부부유별)’ ‘長幼有序(장유유서)’ ‘朋友有信(붕우유신)’의 다섯 가지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도(道)는 친애(親愛)에 있으며, 임금과 신하의 도리는 의리에 있고, 부부 사이에는 서로 침범치 못할 인륜(人倫)의 구별이 있으며,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하며, 벗의 도리는 믿음에 있음을 뜻한다.

이는 책임질 사람과 안 질 사람을 정해서 책임자가 그룹을 이끄는 경우를 말하는데, 동양의 분배 방식은 가부장적 구조로 이루어지는데, 책임기준을 중시하는 예는 한국이 대표적인 국가이다.

마지막으로 상호작용기준(Norm of Reciprocity)은 부자(父子)관계 보다는 사회에서 맺어진 인연관계가 더 중요한 것으로써, 가족보다도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조직에 충성(의리)을 지키고, 베푸는 것을 중요시 하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환원의 개념으로 한국적 개념과는 반대이다.

“집보다 나가서 남에게 잘 해야 나도 대접 받는다”는 생각인데, 바로 일본의 도덕 및 사회성의 준거가 된다. 일본은 이러한 도덕적 기준을 토대로 생존지혜를 가르친다. 즉 상호작용기준의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 된다.

종합해 볼 때, 도덕성과 사회성을 글자 풀이로만 해석하고, 그것이 태권도 수련을 통해 습득되리라는 가상적 예언은 위험한 것처럼 보인다. 과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표현으로 태권도 철학과 역사를 비판한 학자의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태권도 발전의 초석은 도장 수련층에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태권도 수련을 통해 도덕성과 사회성을 함양할 수 있다는 현장의 소리만 커지고 있을 뿐, 정작 이것이 어떻게 무엇 때문에 좋아진다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학문의 가치는 바로 가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규명하는 것에 있다. 즉 태권도 수련생과 비수련생에게 설문을 받아 그 차이만으로 규명될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태권도에서 강조하는 사회성, 도덕성, 인성 등의 이론과 현장 연구를 토대로 태권도 수련과의 체계적인 관련성과 일반화가 가능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임태희 전문위원(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사)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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