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구리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회 태권아이배 국제어린이태권도대회. 

유럽에서 어린이수련생들이 방한해 한국 어린이수련생들과 서로의 기량을 겨뤘습니다 누구라고 지목할 것 없이 참가 어린이들의 눈빛에서는 성인선수들 못지않은 뜨거운 열정이 엿보이는 등 태권도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을 지켜볼 수 있어 대회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겨루기 부문에서는 한국 어린이들과 유럽 어린이들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겨루기에 임하는 유럽 어린이들은 한국 어린이들에 비해 무서울 정도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관전하는 어린이들조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빼들고 경기에 몰입하는 모양이 마치 자신이 직접 경기에 출전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겨루기 경기에 그대로 반영됐고 한국 어린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갔습니다. 물론 승패를 떠나 친선을 목적으로 하는 어린이대회였고, 이번 대회를 태권도 전체의 양상으로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현재 국내 일선 태권도장에서 겨루기 수련을 기피해 나타나는 한 단면을 보는 듯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유럽 어린이들은 경기 시작과 함께 과감하게 공격해 들어가 한국 어린이들을 제압해 나갔습니다. 특히 한국 어린이들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의욕을 잃고 쉽게 경기를 포기해버리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겨루기 경기에서 유럽 어린이들과 한국 어린이들 간의 대전 양상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적극성과 자신감이었습니다.

적극성과 자신감이 수련 정도와 경험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입니다. 국내 태권도장 가운데 수련프로그램에서 겨루기 수련을 제외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겨루기 수련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상해 발생에 대한 염려, 수련생들의 나약한 정신, 지도자들의 인식부족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겨루기는 태권도 수련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수련생들로 하여금 겨루기 수련을 통해 강한 정신력과 자신감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겨루기가 상대방을 가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며, 아무런 도구없이 맨몸으로 정정당당히 기량을 겨룰 수 있는 태권도의 백미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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