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기념 전국태권도대회가 열린 김해 실내체육관. 지도자들은 저마다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유독 무게가 느껴지는 코치가 있었다. 김해시 경운중 태권도부 오세호(28) 코치였다.

오세호 코치.

김해에서 경기가 치러지니 좋은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홈이라는 점이 지도자로서는 부담으로 다가온 탓. 오 코치는 중등부 경기가 치러지는 나흘 동안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다. 경운중 태권도부 선수는 18명. 김해에서 열린 전국대회인 만큼 부상자 한명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했고, 경운중을 바라보는 이들도 꽤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경기 마지막 날 김무성은 남중 웰터급 준결승 경기에서 체급 우승자 장동혁(청주중)을 만났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3회전을 무승부로 마감했다. 그러나 서든데스로 진행되는 연장전에서 상대에게 돌려차기 한방을 내주며 경기를 마쳤다.

오 코치는 한동안 의자를 붙잡고 눈을 뜨지 못했다. 충분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한순간의 실수로 패배한 것이다. 아직 젊은 지도자로서 그 고통이 꽤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선수를 대하는 표정은 달랐다. 마음속엔 아쉬움이 가득 차 있었지만 선수의 등을 두드려 주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설수진이 금메달을 획득해 주었다. 설수진은 경운중의 효자선수다. 이미 2학년 때부터 여중부 라이트급 전국대회 및 경남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있다.

“우리 학교 모든 선수들이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수진이가 현재로서는 가장 눈에 띕니다. 여학생이지만 특히 모든 발차기를 경기에서 구사할 능력이 있고 스피드와 파워도 좋아 앞으로 기대가 큰 선수입니다.”

경기장에서도 경기장 밖에서도 경운중 태권도부는 흐트

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세호 코치는 “저희 태권도부는 사실 좀 엄한 편입니다. 운동부는 몸과 마음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당함이 내재된 엄격함이 있는 팀입니다. 물론 저도 풀어지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습니다”라며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오 코치는 경남체고와 경상대에서 선수로 활발하게 활동하다 대학시절 무릎부상을 입으며 어쩔 수 없이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태권도 경기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지도자로 다시 경기장에 서게 됐다.

“저는 경기를 하지 못하지만 제자들이 경기장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제가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오 코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팀 지도에 여념이 없는 오 코치에게 경운중 태권도부 이외에 계획이 없을 것이 당연했다.

“지금은 별다른 계획이 없습니다. 다만 현재 저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훈련도 하고 아이들과 친숙해지기위해 훈련시간 이외에도 많은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경운중 태권도부를 명문팀으로 만들 것입니다.”

엄격함과 강인함을 내세우며 선후배간의 배려와 단결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운중 태권도부가 오 코치와 함께 어떻게 성장할지 주목된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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