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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진단] 국기원 시범단의 실상과 발전과제
'변해야 발전한다'
"시대흐름 반영하라" 지적에 이춘우 단장 "정통성 지켜야"
빈번한 푹죽 사용·눈속임 격파 등 가볍고 변칙시범 사라져야
기술격파 지양하고 파워시범 추구…단원 복지·처우개선 시급
  • 서성원 기자
  • 승인 2006.04.17 00:00
  • 호수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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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기원태권도시범단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규형 단장이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자진 퇴진하자 시범단이 어떻게 변화할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기원 시범단의 변화를 바라고 있는 태권도인들은 이규형 전 단장이 17년간 시범단을 이끌어오면서 시범단의 기틀을 공고히 하는 등 시범단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 前 단장이 오랫동안 시범단을 통솔하다 보니 정체(停滯)된 면도 없지 않다며, 체질개선을 부르짖고 있다.

지난 11일 국기원 수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국기원태권도시범단. 현재 시범단은 편히 훈련을 할 장소도 없는 실정이다.

 * 시범단의 문제점과 해결책

문제는 현재 시범단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체질개선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 ‘과연 시범단의 정체성(正體性)은 무엇인갗 하는 것도 중요한 사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범단의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수년간 변화가 없는 시범 프로그램 △폭죽 사용과 기술 격파 난발 △대학생 수준의 시범 행태 △무게감이 있고 파워가 있는 시범 부족 △기본기와 기술 완성도가 미흡한 단원 △시범단 처우개선 등이다.

지난달 16일 이 前 단장의 후임으로 신임 단장이 된 이춘우씨는 “국기원 시범단은 태권도의 정통성을 지켜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종전보다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前 단장이 탄탄하게 다져놓은 기틀 위에서 점진적인 발전을 꾀할 것”이라며 “기본에 충실한 시범단, 파워가 있는 시범단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본지 4월 10일자 참조>

이 단장의 말에 따르면, 국기원 시범단의 정체성은 ‘정통성(正統性)’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시범단이 진정성 차원에서 정통성을 추구하려면, 가볍고 변칙적인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 

시각, 청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폭죽을 터뜨리고, 얇은 송판을 사용하며, 심지어 송판이 잘 격파되도록 ‘손질(칼집)’을 하는 것은 정도(正道)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범에 조예가 깊은 이종우 원로도 “송판을 격파할 때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남승현 감독은 최근 시범단 조직이 개편된 후 단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폭죽을 없애고, 송판을 손질하지 말라”고 엄하게 당부했다. 남 감독은 지난 13일 “공중에서 기술격파를 많이 하다 보니 얇은 송판을 사용하게 됐다”며 “앞으로 기술 격파를 줄여나가고, 파워가 있는 기본 격파와 위력 격파를 똑같이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시범단은 20대 초반의 대학생 위주로 구성된 시범단을 청·장년층으로 확대하고, 눈 속임 격파를 근절하며, 실전에서 활용 가능한 동작들을 연구해 새로운 시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단원들의 기초체력을 향상시키고, 기본기를 탄탄히 하기 위해 훈련을 강화할 방침이다.

 * 시대흐름을 수용하는 시범 구성

시범단의 체질개선을 촉구하는 태권도인들은 정통성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선 시대흐름과 방향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남발하거나 엔터테인먼트가 뒤섞인 쇼맨십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국기원의 한 이사는 “타이거즈 시범단의 강점은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창의적인 시범”이라며 “국기원 시범단이 타이거즈 시범단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시대흐름에 걸맞는 시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진방 KTA 기획이사는 “이젠 시범에 공연적인 요소를 접목해야 한다”며 “시범 복장도 도복만 고집할 게 아니라 칼라화 하고 기술 격파를 산만하게 오래할 것이 아니라 절제와 여백의 미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시범단 측은 일정 부분 수긍을 하면서도 ‘정통성’을 훼손하는 프로그램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기원은 태권도의 전통적인 기술과 정신을 유지, 발전시키는 기구이기 때문에, 시범단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지난 6일 “세부적인 기술의 발전은 필요하지만, 시범 내용의 큰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퍼포먼스 등 무대예술극의 요소를 접목한 시범에는 반대했다.

남 감독도 이 단장과 입장이 같다. 그는 “시범을 구성할 때 시대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기본 원칙은 태권도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일부 태권도인들은 “태권도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본질을 유지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일단 시범은 대중에게 흥미를 줘야 한다”며 “전통과 정통에 함몰되다 보면 대중들에게 외면을 당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 시범단의 원만한 운영과 결속 강화

17년 동안 시범단을 이끌어온 이규형 전 단장이 교수 직무에 전념하기 위해 명예롭게 퇴진한 후 시범단 내부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단장과 남 감독, 정 부감독의 성격과 성향이 달라 자칫하면 시범단 운영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특히 시범단 운영과 프로그램 구성을 놓고 저돌적으로 시범단의 체질개선을 밀어붙이고 있는 남 감독과 온건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 단장 사이에 의견이 대립할 경우, 시범단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이 前 단장의 스타일을 승계하고 있는 이 단장과 이 前 단장의 스타일에 거부감을 나타냈던 남 감독이 시범단 운영과 시범 구성을 둘러싸고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지난 13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주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남 감독과 나는 87년 시범단에 함께 들어온 동기 사이”라며 “오랫동안 시범단에서 활동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남 감독도 이 단장과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그는 “이 단장은 동기이기 전에 형”이라며 “시범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前 단장의 두터운 신임 속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일부 단원들에 대해 남 감독이 “실력이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면서 대대적인 단원 쇄신을 하는 것과 관련, 일부 단원들이 이에 반발하는 등 적잖은 소요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 단원은 이같은 실상을 전하면서 “탈퇴를 고려하는 단원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 감독은 현재 단원은 80명이지만, 기본기와 실력이 부족한 단원들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하면서 “나는 소수정예화를 원한다. 앞으로 단원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 시범단 지원과 처우개선

현재 시범단의 복지후생은 열악하다. 매주 토요일 국기원에서 훈련을 하면 숙비와 교통비만 지급될 뿐이다.

올해 시범단 육성 예산은 5천 8백여 만 원. 지난해보다 5백여 만 원이 증액됐다. 상해보험료, 시범 프로그램 개발, 시범 기자재 구입비가 확충됐기 때문이다.

시범단의 역할과 활동에 비해 5천 8백여 만 원의 예산은 너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임직원들의 연봉을 매년 올리고, 수당을 지급하는 등 임직원들의 복지후생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국기원 홍보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시범단은 홀대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하고 있다.

남 감독은 “훈련을 마친 후 교통비와 식비 영수증에 사인하는 것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적은 액수라도 단원들에게 일정 급료가 지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범단에게 고충을 주는 것은 또 있다. 바로 훈련장 사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시범단이 훈련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국기원 수련장은 각종 대회와 심사 장소로 임대돼 시범단은 뒷전에 밀려나기 일쑤다.

이 단장은 “시범단 위상 강화를 위해 기획조정실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국기원 수련장에서 훈련을 못할 경우 어디에서 훈련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기원 기획조정실 측은 “4월 매주 토요일에 심사가 많은 것을 뒤늦게 확인해 그에 따른 조치가 늦어졌다”며 “다음달부터는 국기원 수련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강구했다”고 말했다.

국기원 임원들은 시범단이 ‘국기원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복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기원 시범단이 발전하려면 시범단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서성원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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