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 기념 ‘한민족체전’에 태권도 사범으로 초청받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전 세계 태권도 사범 중 33명이 초대되었는데 독일에서는 나와 쾰른의 김홍영 사범이 참석하게 되었다.

서울에 도착한 날부터 성대한 환영식을 시작으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광복절 행사, 국기원 환영식, 문광부장관 환영식, 청와대 방문, KBS 열린음악회 등으로 짜인 방문일정을 통해 감동적인 나날을 보냈다.

곽금식 사범.

태권도의 대부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이준구 사범님, 독일의 고의민 사범님 등이 후배 사범들을 배려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외국에서 지도하는 사범들의 어려운 점, 통일되지 않은 품새에 대한 토론, 현지에서 겪는 언어소통의 문제 등 많은 경험담과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1997년 4월 독일 세무서에서 체육관에 세무조사를 나왔다. 세무조사는 독일인들이 가장 꺼려하고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는 누군가 신고를 해서 이루어지거나 혹은 의심이 가는 기업체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독일 전체 기업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통 3개월 전에 통보를 하고 세금조사에 임할 수 있도록 준비시간을 준다.

세무서에서는 1994년부터 1996년에 이르는 3년간의 수입과 지출이 정상적으로 계산되어 세금으로 납부되었는지를 살피고 서류와 은행계좌를 추적하는 등 일일이 장부를 대조하는 작업을 한다. 연간 수입이 평균 70만 마르크, 즉 3년간의 수입이 200만 마르크가 되었다.

모든 자금과 수입이 체육관 운영에 쓰였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회계사와 정리해 둔 것을 보고 대개 세무관들은 이 계산서가 부적절하다든지 인정할 수 없다든지 하는 이유를 들어 가능한 문제점을 찾아내어 성과를 올리려고 애쓴다.  이것은 진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악착같이 세무조사를 통해 허점을 찾아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제도가 그들에게는 상당한 이득이 되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겁내지 않는 독일인이 없을 정도이다.

세무관이 무언가 찾아낸다는 것은 탈세의 증거가 되며 액수가 클 경우에는 사법처리까지 받는 경우가 있다. 독일의 유명한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제3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이유가 이런 까다로운 세무조사와 관련된 문제 때문이다.

조사 첫날 세무관은 체육관 내부에 진열된 사진과 신문기사 스크랩들을 두루 살피면서 체육관의 규모에 감탄했다. 회계사가 직접 체육관을 설계하여 지은 건물이라고 하자 훌륭하다며 칭찬까지 하였다. 세무관은 사무실 책상에서 서류를 검토하며 하루 종일 모든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렇게 시작된 세무조사는 꼬박 5일이 걸렸다.

엿새째 되는 날 세무관과 회계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조사 결과를 알리는 회의시간을 가졌다. 세무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쉽게 답하고 나자 그는 그간 폐가 많았다며 모든 세무조사가 잘 끝났다고 하였다. 혹시 까다로운 세무조사에 체육관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으나 회계사는 어떤 체육관이 매월 만 마르크씩 세금을 납부하겠냐며 규정대로 계산하여 세금을 납부해왔고 스스로 떳떳하게 일해 온 것을 자부하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불안하고 초초했던 3개월 간 준비과정에서 일일이 질문하면 정확히 답변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지만 행여 까다로운 세무관에게서 이것저것 문젯거리라고 책임추궁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또 주변의 지인들이 겁이 날 정도로 그들의 경험담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세무조사를 무사히 마친 후 일주일간 집사람과 남부 독일의 퓌센으로 휴가를 떠났다. 집사람은 지난날들을 회상하면서 독일에 온지도 벌써 20년이나 되었다며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향을 등지고 부모 곁을 떠나 나만 믿고 외국 생활에 불평없이 아들 둘을 키우면서 체육관 일을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왔다. 밀려드는 업무에 하루에 한 시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던 집사람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늘 집사람을 생각하면 행복하고 지금은 집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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