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이 끝날 무렵, 서울 목동의 신목고등학교에선 태권도 열기가 피어오른다. 서울의 몇몇 중학팀이 한데 모여 훈련이 한창이다. 선수들은 1분씩 서로 상대를 바꿔가며 대련하는데 전국대회 경기 못지않은 진지함과 열기가 느껴진다. 지도교사까지 참관하며 경기에 열중하고 있는 경서중 태권도부가 유난히 눈에 띈다. 코치, 선수 모두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경서중 태권도부와 타교간 친선 경기도 중 휴식시간에 조성구 코치가 선수들에게 지적사항을 말해주고 있다.

강서구 가양동 경서중학교는 올해로 57회를 맞아 꽤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다. 태권도부는 1997년에 창단됐고 지금까지 태권도를 교기로 지정, 육성하고 있다.

창단 10년이 지난 지금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획득하고 있는 경서중 태권도부는 단순한 운동부가 아니다. 임대아파트가 많고 생활수준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도 꽤 있다는 경서중에는 학교폭력이나 타 학교와의 싸움 등 학생들의 말썽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태권도부가 친교의 다리도 되고 믿음직한 울타리도 되어준 덕분이다.

조성구 감독

태권도부 부장을 맡고 있는 최병석(52) 교사는 “태권도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새터민(탈북자) 자녀들이 40여명이나 되는데 이 아이들과 일반학생들의 다리 역할도 해 주고 있어 학교에서 태권도부는 그저 효자입니다”라며 태권도부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중학팀 치고는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지만 의외로 초등학교에서 선수 경험을 가지고 입학하는 학생은 한해 1~2 명뿐이다. 나머지는 선수 경험이 없는 학생들 가운데 도장에서 추천받거나, 학교에서 권유해서 들어온 학생들이다. 태권도부는 타 종목 지역 체육대회까지도 두루 돌아보며 선수들을 발굴한다.

지난해 코리아오픈대회 주니어부문에서 우승한 이유진의 스카우트 이야기가 창단 첫해부터 팀을 이끌어 온 조성구(38) 감독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 준다. 일반학생으로 입학했던 이유진은 입학 당시 키가 177cm였고 운동신경도 좋았다. 조 감독은 이유진과 부모님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6개월간 지속적으로 권유한 끝에 결국 태권도 입부 승낙을 받아냈다. 태권도 경기 경험이 전혀 없이 2학년이 다 돼 시작한 태권도지만, 이유진은 3학년 때 코리아오픈이라는 국제대회 챔피언스리그 주니어II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미 완성된 선수보다는 학교에서 선수로 양성하여 고교나 일반부에서 선수로 훌륭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학교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는 조 감독의 말처럼 경서중 태권도부 선수들은 가능성이 가장 큰 밑천이다.

경서중 태권도부의 올해 목표는 전국대회 종합 우승. 남자부 유망주로 조 감독은 3학년 정민영, 오관석을 꼽는다. 지난해 태권도를 하기위해 전학 온 학생들이다. 태권도 경기경험은 물론 품증도 없는 상태였지만 의지와 운동신경이 좋아 1년 남짓 훈련으로 올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정도에 이르렀다. 조 감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량이 좋고 무엇보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커 고교시절 분명히 빛을 발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며 두 선수의 잠재 능력을 확신했다.

타교 태권도부와 친선경기를 마친 경서중 태권도부가 단체사진 촬영을 했다.

이미 전국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자부 3학년생 김미숙, 이은비도 경서중의 기대주다. 이은비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왼발을 잘 쓰며 파워가 좋은 선수다. 무엇보다도 경기운영 능력이 좋아 이미 중등부에서는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

“많은 선수들이 입상했지만, 아직 전국대회 종합우승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올해의 목표는 전국대회 종합우승입니다.” 조 감독은 충분히 자신이 있다는 눈빛이었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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