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린다[四面楚歌]’는 말은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가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군대에 둘러싸여 있을 때의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을 말한다.
포위된 초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 소리가 들리니 같은 편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이것은 한나라의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미 패배감에 젖은 초나라 병졸들에게 고향의 노랫소리를 들려주어 전투를 포기하고 부대를 이탈해 고향으로 도망가게 만들었던 것이다.
현재 국기원의 상황이 이와 흡사하다. 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을 둘러싸고 사방에서 ‘태권도는 이래야 한다’, ‘태권도는 이렇게 될 것이다’ 등등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재민 차관은 “난맥에 빠져있는 국기원이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면 정부차원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국기원에 몸담고 있는 태권도인들에 대한 불신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이대순)은 무주에 조성될 태권도공원을 세계태권도연맹과 함께 태권도 교육의 기능을 가진 세계태권도아카데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태권도아카데미의 구성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은 국기원과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기원이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불만이 태권도아카데미 구상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은 최근 전 세계 회원을 대상으로 멤버십 카드 발급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일정과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은 결정된 상태다. 멤버십 카드의 시행 이유 중 핵심적인 것은 재정의 확충이다. 여러 측면에서 국기원의 단증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기원 단증은 현재 회원증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그 가치가 하락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는 국기원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세 정치인 홍준표 회장의 정치력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한 태권도인은 국기원의 문제를 홍준표 회장이 나서서 해결하는 방안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IOC가 올림픽 종목 문제를 다루는 오는 10월의 덴마크 총회를 앞두고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면, 정부차원에서 태권도 관련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며 본격적으로 개입할 소지도 없지 않다.
국기원 문제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위기의 국기원.’ 국기원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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