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렸던 대한태권도협회(KTA)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으로 참석한 김경덕 경기도협회 부회장은 시군구협회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태권도장('무등록 도장')들에 대해 KTA가 강력한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홍준표 회장은 “적극 검토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양진방 전무이사는 “시도협회의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해결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 회장의 공언대로 ‘무등록 도장’ 문제가 쉽게 해결될까?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선결 과제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등록 도장’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다. 이들은 태권도장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 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과 ‘체육시설업 허가’를 갖췄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으며 시군구협회 등록은 필수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인 사항이라고 말한다. ‘무등록’이라는 표현도 ‘비등록’의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시군구협회에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첫째는 과다한 등록비다. 예로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권도장을 오픈한 경우에는 경기도협회 등록비와 수원시협회 등록비를 각각 따로 내야 한다. 경기도협회 등록비만 250만 원이고, 산하 시 협회 등록비는 적게는 100만 원 이하에서 많게는 500만 원 이상 제각각이다.

시도협회가 받는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경기도는 250만 원이지만, 서울시는 40만 원에 불과하다. 시도협회가 일괄적으로 받아 산하 시군구협회에 일정금액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시군구협회에 각각 등록비를 내야하는 경우 많게는 1천만 원에 육박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지역도 있다.

둘째는 비현실적인 등록비 규정이다. 예를 들어 A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태권도장을 연 후 도장이 잘 되어 제2관을 같은 논현동이나 인근 대치동에 열었을 경우 또 다시 협회 등록비를 내야 한다. 이렇다보니 도장을 2, 3개 가지고 있어도 별도 등록을 하지 않고, 처음 도장을 통해 협회 활동이나 승품단 심사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A씨가 서울에서 강원도로 이사를 가서 도장을 열게 되면 강원도협회 다시 등록비를 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이 아니라 도장이 협회 등록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도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는 혜택보다는 불편한 점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협회 등록도장이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다고 느껴지는 혜택은 별로 없고 등록된 도장이기에 규제를 받는 경우는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협회 김경덕 부회장은 “우리 협회의 경우 등록도장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연금혜택도 받을 수 있고, 조성된 상조기금 및 장학기금을 지원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도장운영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내용은 별로 없었다.

등록을 하지 않은 한 관장은 “협회에 등록하면 협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잘하고 윗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찍히는 경우에는 대회나 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편하게 혼자서 도장만 잘 해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무등록 도장’ 문제에서 더 심각한 것은 각 시도협회와 태권도관장들의 극명한 입장 차다.

현재 ‘무등록 도장’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경기도협회. 경기도 지역의 많은 ‘무등록 태권도장’들이 서울시 일부 구 협회를 통해 승품단심사를 보기 때문이다.

이 지역 ‘무등록 태권도장’ 관장들은 서울시협회에 등록되어있는 친구나 선후배 관장을 통해 승품단심사를 의뢰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즉, ‘무등록 태권도장’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 바로 ‘등록 태권도장’들이고, 그런 불평을 터뜨리는 경기도협회의 항의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바로 서울시협회 산하 구 협회인 것이다.

이 문제는 KTA 총회나 시도협회전무이사협의회 등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논의되고 시정이 결의되기도 했으나 전혀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 서울시협회는 타 시도에서 서울시 산하 구협회를 통해 들어오는 승품단 심사에 대해 제재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구 협회에는 일정금액의 수수료가 생기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KTA 양진방 전무이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각각인 각 시도협회와 일선 도장들의 생각을 하나로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득한다는 것도 단순히 태권도의 논리로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태권도인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햇님과 바람과 나그네’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협회에 등록한 도장에 등록하지 않았을 때보다 여러 가지 많은 혜택을 주면 누구나 서로 등록을 하려고 달려올 것이라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다.

문제는 누구나가 등록을 하고 싶은 협회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일이 또 얼마나 어려운가. 등록에 따른 혜택은 고사하고 협회 운영의 세 싸움에서 밀려난 측은 대회에서나 심사에서나 불이익이 뻔하다는 해소되지 않는 의심과 불안이 현실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등록 도장’ 문제는 태권도계의 ‘뜨거운 감자’다. 어떻게든 해결은 해야겠는데 해결책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태권도인들, 그것도 KTA 산하 각 시도협회 간에 룰이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집안문제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태권도인들이고,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태권도인들이다. 홍준표 회장의 의지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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