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지난해 제정된 태권도진흥법에 따라 이미 법정법인으로 거듭 태어났어야 될 국기원이 6개월이 넘도록 답보상태에 빠진 채 새로운 정관마저 정부로부터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도 보기 드문 희귀한 사례인데 이것도 모자라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로 8개월간을 표류해왔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국기원은 선장이 없는 배처럼 방향도 없이 갈팡질팡해 온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대의에 벗어난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꾀하는 움직임이 있어 더 큰 우려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국기원이 영원히 표류하거나 침몰해 버릴 지도 모르는 상태에 있다고 생각되어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모색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1년여 전 국기원과 서울시협회가 심각하게 대립하여 이전투구를 벌이고 정부당국까지 괴롭게 하면서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때 국기원은 서울시협회와의 문제를 바르게 해결하기 위하여 과연 임직원 모두의 지혜와 정성을 기울인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습니까. 가장 바람직했던 방법은 이사회를 통해서 모든 임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협회는 물론 그 어떤 당사자들과도 이해와 협조의 정신 아래서 화합과 단결의 구도로 실마리를 풀어나갔어야 옳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생길적마다 태권도계 언저리와 심지어 정부 당국까지도 국기원의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고 손가락질을 해왔습니다만 사실 일부 극소수 상근 이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이사들은 1년에 두어 차례 이사회에 출석하여 정해진 의제에 관한 의견만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 실제적인 권한이 없는 형편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협회와의 문제도 원장과 상근 임원들이 좀더 열린 마음으로 이사들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직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을 했더라면 훨씬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기원 수뇌부가 취해온 종전의 방법들과 다른 방법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건의를 하면 이를 귀담아들어 검토할 생각은 전혀 하지않고 건의하는 사람들을 바로 적으로 간주하여 대립구도를 유지해온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었습니다.
서울시협회가 예의에 벗어난 자세로 부적절하게 국기원을 향해 대항의 칼을 들이댔다라고 국기원 지도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 말이 100% 옳은 것입니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김봉기 전 비서실장 사건을 비롯하여 박기인 전 사무국장 사건, 그리고 이번 서울시협회와의 사건 등이 모두 표면적인 양상은 다르게 보이지만 커다란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바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어 합리적이고 순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고 대결구도를 만들어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축출하는 방법을 택해왔으며 그 뿌리에는 특정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여 국기원이 시끄러울 때마다 원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잠시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다음 대결구도를 통해 묘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는 원장을 재추대하는 수법이 이어져왔습니다. 어느 사이에 이것은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이번에도 엄원장은 8개월 전에 사의를 표명했고 그 후 여러 차례 이를 직간접적으로 확인, 절대 복귀하지 않을 것을 강조해왔으나 측근 세력들은 무대 뒤에서 서울시협회와의 대립각을 더 날카롭게 세우면서 대결구도를 심화하는 가운데 성명서를 발표하고 원장을 복귀하도록 하자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입니다.
이는 조금 전에 지적한 바와 같이 ‘원장 사퇴, 반대 세력의 제거, 원장 복귀’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더 구현한 셈입니다.
엄 원장이 다시 복귀하고 안하고는 다음 문제입니다. 세간에는 이번에 엄원장의 복귀를 막고 본인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반대 의견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모양인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것입니다.
명색이 세계태권도의 총본산이라고 하는 국기원이 번번이 대승적인 목적의식은 상실한 채 일부 인사들의 사조직화가 되어 비정상적이고 편파적인 수단으로 문제의 파도를 하나하나 넘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한심한 철학부재의 상태에서 전혀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이사 중의 한사람이지만 이사진 모두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사들이 수수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뜻을 모아 사태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라도 구성하여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이 옳다하겠으나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수의 이른바 실세들에게 끌려만 다니는 하수인의 자리로 스스로를 격하시키고 있지는 않은 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도 만일 서울시협회를 이런 방법으로 물리친다면 과거의 김봉기 사건, 박기인 사건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것이며 이 다음 희생자는 또 그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 것입니까. 그리고 국기원은 태권도의 본산으로서 언제 제자리를 찾아 세계에 우뚝 서는 참다운 모습을 찾아갈 것입니까. 참으로 암담하고 가슴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문제가 하루속히 제대로 풀릴 수 있도록 태권도계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끝으로 정부당국에 혈서를 쓰는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태권도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에게 의존하는 것 자체가 심히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정부도 지도감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때에는 적극 개입하여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행사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형식적이고 편파적이며 피상적인 자세를 버리고 의견을 달리하는 당사자들과 객관적 입장의 모든 사람들 이야기를 바르게 경청하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한번 정부당국의 현명한 처리를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국기원 고문 겸 상임이사
이 승 완 드림
이승완 국기원 상임이사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 세계태권도 옥타곤 다이아몬드 게임, 태권도원에서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