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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관 교수의 중국무술 탐방기] (4)
무술의 실체는 정신인가? 무술 자체인가?
  • 류병관 전문위원(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 승인 2006.04.17 00:00
  • 호수 495
  • 댓글 0

 짜장면과 산동무술 

소림사에서 받았던(아니 사실은 내 마음이 그렇게 혼자서 왔다 갔다 했지만…), 상념의 일단이 태산으로 오르는 동안에도 내내 머릿속에서 가시지를 않았다. 중국 도교의 성지, 중국 5악 중 중악, 태산! 산의 높이가 아니라 그 산에 얼마나 많은 도인과 신선들이 사느냐로 경중을 정한다는 중국인들의 생각은 자연은 자연 그 자체로가 아니라 인간과의 융화에 의한 의미로 더욱 의미로 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안개 낀 태산정상에 있는 도교 사원의 도사는 속세와도 무술과도 그 어떤 인연과도 초연한 듯 그야말로 구리 빛 얼굴에 자연스런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태산의 6,600계단을 걸어 내려 올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었고 내 마음도 점점 가벼워지고 있었다.

산동성! 짜장면의 고향, 우리에게 가장 중국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던 곳, 구룡반도와 산동반점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 이제는 ‘청도’를 중심으로 중국의 무역과 발전의 한 중심축이 되고 있는 곳! 어떻게 보면 발전하는 중국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의 전통 중국 무술들의 현주소는 여러 면에서 시사 하는바가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됐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가장 무술이 성행하는 곳이 바로 이 산동성이라고 했다. 당랑권의 본고장, 중국무술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산동성무술학교’가 있는 곳,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많은 교포들이 진출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중국무술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했다.

동양 무술의 속성은 역시 비전성이고 가전성인가? “무술인구가 10만이 넘고, 도장은 600개가 넘는다.”는 가이드의 대단 한 듯이 하는 말이 사실 중국의 무술계를 그대로 나타내 주는 말인 것 같았다. 인구 1억이 넘는데 10만 명에 600개의 도장이라면 태권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도인데, 태권도가 대단한 것인지 중국무술이 폐쇄적인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산동성무술학교”는 말 그대로 무술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체육고등학교와 같은 시스템이었다. “산타”와 경기중심의 우슈 종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학교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학교 형태의 대부분의 이런 무술 원들은 더 이상 무술의 본질과 가치보다는 시합에서의 등수가 중요한 그런 상황임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 화 이후 경기에서의 입상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린 태권도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는 내 눈에는 이 또한 너무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이런 학교가 15개 정도라고 했다. 결국 도장 보다는 학교식의 운영이 주류를 이루는 셈이다. 놀라운 일은 이곳 “산동성무술학교”에서도 태권도 전공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정의 마지막은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태극당랑권”도장 이었다. 당랑권의 창시자 “왕랑선생”의 진전을 그대로 이어오는 태극당랑권문의 계보 있는 도장이라고 했다. 널리 알려져 있다는 이금복노사의 이 도장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헬스장의 절반을 사용하고 있는 반쪽도장이었다. 청도에 태극당랑권도장이 단 4개 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금복선생은 우리들의 방문이 그렇게 반갑고 기쁜 표정이었다. 미끄러운 바닥에도 불구하고 태극당랑권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시연을 해 주기도 했다. “육화” “칠성” “매화”등 당랑권의 계파들이 단순히 당랑수의 모양과 보법의 차이에 따라 나 뉘어진다니! 그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세상에 무술은 많다. 그러나 가장 빠르고 강하게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다. 우리는 다른 형태를 추구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하고 빠름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를 논해야 한다. 소림무술도 태극권도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내재된 가치의 본체를 봐야 한다. 쇠퇴하는 무술도 성행하는 무술도 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가치는 스스로 만들고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는 태권도 공원에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하여 이번 여행을 왔지만 결국 그 무엇보다 우리들 내부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먼저 채워야 한다는 것만 가지고 돌아왔다. 어차피 우리들 속은 우리들 스스로가 채워야 할 밖에… 태권도도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들 속을 채우는 작업부터 먼저 해야하나보다.

류병관 전문위원(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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