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분명하지 않거나 올바른 명칭으로 정립되지 않은 태권도 용어들이 산적한 가운데 가장 시급히 정리돼야 할 것이 바로 ‘도장’과 ‘체육관’의 혼동이다.

‘도장’이나 ‘체육관’이라는 용어는 모두 태권도인이나 타 종목 스포츠 관계자들을 비롯해 일반 대중들까지 자주 사용하고 있는 귀에 익숙한 용어지만 사람마다 그 의미를 혼동한 채 제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곳의 명칭조차도 ‘00 태권도장’, ‘00 체육관’, ‘00 태권도 체육관’ 등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어 문제는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미디어들도 태권도 관련한 시설들을 도장과 체육관으로 구분하지못하고 되는 대로 혼용하는 실정이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도장(道場)’은 무예를 수련하는 곳으로, ‘체육관(體育館)’은 실내에서 운동경기나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을 갖춘 건물로 정의하고 있다.

태권도는 단순히 스포츠적인 측면만 내재돼있는 것이 아니므로 당연히 ‘도장’으로 정의되고, 또 그렇게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경명 WTF 교육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체육관이라는 명칭은 겨루기가 스포츠화되는 과정에서 도(道)의 개념이 실종돼 나타난 용어”라며 “태권도를 수련하는 곳이 신체적 활동을 통한 기능적 훈련 또는 학습 개념의 인식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라고 주장했다.

이창후 서울대학교 강사는 “태권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태권도를 체육활동으로 보면 체육관이고, 정신수련을 하는 곳이라면 도장이라고 사용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태권도가 다른 스포츠종목과 달리 정신수련이 중요하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체육관보다는 도장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덕유 인하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겸 한글학회 이사도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의 개념만 지니고 있지는 않다”며 “태권도는 일종의 무예이므로 사전적 의미에 기초해서라도 도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국기원은 지난해 발간한 국기태권도교본 수정증보판에도 태권도 수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곳을 도장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기원의 정보화사업 설명서에서는 ‘체육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용어정립의 주체가 돼야 할 국기원에서조차 용어 선택이 혼란스런 모습들이 발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기원이 태권도연구소를 시급히 활성화시켜 태권도 경기, 동작, 시범 등 태권도와 관련한 기술들을 발전시킴은 물론 태권도 용어들을 확고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홍철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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