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탐방] 인천시 서구 인성태권도장

아직 수업이 한창일 오후 3시 인천시 서구 인성태권도장의 최병옥(36) 관장은 바쁘게 체육관 청소를 하고 있다. ‘이 시간에 웬 청소지? 오늘 무슨 행사라도 있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행사요? 아닙니다. 다음 수업에 오는 수련생들을 위해 청소하는 겁니다. 깨끗한 곳에서 시작하면 운동도 즐겁고 바른 마음가짐이 생기기 때문에 수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게 도장경영의 첫 번째 원칙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장이 항상 도복을 입고 직접 땀을 흘려야 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것들이죠.”

최병옥 관장이 어린 수련생의 띠를 고쳐 매준 후 안아주는 모습.

인근 체육관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수련생을 지도하고 있는 관장답게 뭐가 달라도 달랐다.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일인데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인성태권도장의 식구는 총 6명. 사범 2명에 최 관장의 오랜 제자 한 명이 태권도 지도자의 길을 가기 위해 얼마 전 합류했다. 여기에 수련생들의 안전을 위해 운전기사를 따로 두고 운행시 사범이 동승하여 타고 내릴 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한다. 과연 전문 도장다운 모습이다.

마지막 식구 한명은 최 관장의 가장 큰 조력자인 부인 성은수(34) 사범이다. 태권도 4단인 성 사범은 그야말로 도장에서 몇 명분의 일을 해내는 슈퍼우먼이다. 우선 유치원 교사 출신인 덕분에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교육이 가능하다.

음악줄넘기 2급 강사로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도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학 때는 일반 교사들에게도 강의할 정도로 실력이 높다. 수련생들에게 음악 줄넘기를 지도해 주는 도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력이다.

뿐만 아니다. 미술학원을 10여년 경영했던 성 사범의 손길로 작은 인쇄물부터 도장 구석구석까지 참 예쁘게 꾸며져 있다. 4년 전 도장을 개관할 당시 도장 인테리어를 최 관장 부부가 직접 할 수 있었던 것도 부인의 능력이 탁월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넓지 않은 도장에서 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바쁜 사람은 최 관장. 요즘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언젠가 대학 강단에 서보고 싶다는 최 관장은 2년 전부터 경희대 스포츠경영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제 논문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기에 청년학사태권도지도자협의회의 사무총장을 맡아 전국태권도지도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두 달에 한 번씩 직접 준비한다.

최병옥(왼쪽)관장과 아내 성은수 사범.

대외적으로 바쁜 일정이 있다고 도장 경영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도장 관장이 자신의 본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한쪽에는 도장 행사내용과 다음 달 계획안이 꼼꼼히 적혀있는 월 통신문과 겨울행사 계획안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수련생들에게 줄 태권도복 모양의 손수 만든 카드와 작은 선물이 올려져 있었다. 모두가 부인과 함께 직접 만든 것들이다.

연말연시라 행사도 많고 체육관에서는 더 바쁜 시기다. 몇일 전에는 호주에서 오랜 동료 관장이 호주의 성인 수련생들과 함께 도장을 방문해 인성태권도장 수련생들과 함께 수련도 했다. 모두 좋은 일들이지만 바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태권도장 5개가 모여 있는 거리의 넓지 않은 도장에서 가장 많은 수련생을 지도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최 관장에게 비결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청소와 도복 착용, 아이들의 안전 등 기본적인 것들이 중요하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열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우라는 얘기죠. 전 책을 통해 많이 배우는 편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에서 도장 잘 운영하는 관장을 만나보는 것입니다. 많이 만나고 자주 만나고 하면 이것저것 배울 게 많지 않을까요?”

호주에서 온 성인태권도수련생들이 인성태권도장을 찾아 함께 수련한 후 기념촬영을 했다.

간단한 대답이지만 실천하기 그다지 쉬운 일처럼 들리진 않는다. 하지만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도자라면 최 관장의 간단한 조언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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