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는 아직 민주적인 선거에 익숙하지 않다.

김운용 전 IOC 위원이 장기간 여러 기구의 수장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선거를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추대에 더 익숙한 편. 그래서 시대가 바뀌고 후보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경우에는 과열 선거의 후유증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법적소송까지 이어져 단체가 두 동강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열린 각 지방협회장 선거에서도 후보가 맞대결을 벌인 지역은 2~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지방협회는 모두 추대형식을 취하거나 사전 정리로 단독후보 출마였다. 이마저도 끝까지 단일후보를 내기 위해 주변에서 노력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투표까지 이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7일 실시한 중고연맹 회장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치렀다.

한 태권도인은 “현재의 선거법 자체가 집권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데다 조직에 의해 좌우되는 선거풍토여서 새로운 인물이 후보로 나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러 태권도인들로부터 두루 인정받는 신망 있는 인사가 나타날 경우 출마를 준비한다는 소문만 돌아도 벌써 집권세력들이 각 대의원 선거에 개입하거나 당사자를 찾아가 온갖 회유와 협박을 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에 굴복하고 부회장이나 임원 한 자리를 차지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러한 방법도 안 통할 경우 선거에 임할 대의원을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인사들로 임명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정해 버리기도 한다. 이에 상반된 견해를 가진 대의원들은 대부분 묵묵부답이다.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대의원들이 집권세력에 동조해 버리거나 반대의견을 가졌어도 전혀 공부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선거를 승인해주는 상위 기관의 문제가 심각하다. 광역단체장들이 당연직 체육회장이다보니 다음 자신의 선거를 의식해 시끄러워져서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화의 척도는 선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의원들의 공부와 연구와 노력이 없다면 선거는 계속 타락할 수밖에 없고, 태권도계 민주화는 갈수록 멀어지게 된다.
 
선거제도 개혁은 각급 대의원들과 태권도인들의 부단한 연구와 노력으로 힘을 키워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집권세력과 지도층의 청렴화를 이뤄내야 한다. 집권세력 또한 한 번 더 집권하려는 술수를 쓰기 이전에 태권도의 발전을 생각하는 양심을 가져야 한다. 태권도 전체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인사들이 나설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공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태권도인들은 선거를 소통의 축제로 만들어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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