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를 발전시키려면 선거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선거제도를 만들고, 이를 보완·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튼튼한 기초를 갖춰야 비로소 진정한 태권도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태권도계의 여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득권세력들은 이러한 여론을 외면한 채 선거규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있음은 물론 기초단위의 협회 선거에까지 개입하여 태권도계의 질서를 혼탁하게 하고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
모 광역시협회는 직접 회장이 구 협회장 후보를 찾아가 출마포기를 종용하는 등 선거에 무리하게 개입함으로써 업무방해와 부정선거법 위반협의로 해당지역 검찰청에 진정서가 제출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다른 협회는 일선지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의 시작 이후 6시간여 동안 선거공고일과 중앙대의원 자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심한 욕설과 멱살잡이 등 몸싸움을 벌이는 폭력적인 사태를 빚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모 협회는 선거규정을 이사회에서 급조해 대의원총회를 거치지도 않고 곧바로 시행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협회의 관계자 대부분이 전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해 반발을 사거나 지탄을 받고 있다.
선거규정에 대한 시비와 협회 내부의 오랜 갈등으로 인해 아예 선거를 치르지도 못하는 지방 협회도 있다.
이 모두가 태권도 발전에 기여한다는 당초의 목표보다는 개개인의 명예와 이권에 집착하는 태권도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애매모호한 선거규정, 기득권세력들이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무리한 술수로 인한 것이다. 선거 이후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해주는 풍토를 태권도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의 선거규정이나 시스템 자체가 공명정대한 선거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돼 있다.
회장 선거 관리업무는 사무국이 하고 있는데 현임 회장이 후보로 출마해 선거규정을 무시하고 불법·탈법적인 일을 벌려도 현실적으로 사무국이 이를 제재하기는 어렵게 돼 있다. 또 현임 회장을 보필해온 임·직원들이 직접 현 회장을 위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어 새로운 후보가 나서서 맞서본들 기득권세력에 밀려 결국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태권도계에 특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인사가 등장했을 경우, 재임 중에는 물론 그가 물러난 이후에도 올바른 선거풍토의 확립은 쉽지 않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강력한 권력을 앞세워 일선 지도자들을 줄 세우고, 덕이 아닌 권력으로 도전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을 제압하면서 단체를 이끌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선거 자체가 불필요한 제도처럼 경시되거나 편리한 대로 왜곡되기 십상이다.
진정으로 태권도의 발전을 위하는 인사라면 후대를 위해서라도 그런 강력한 힘과 리더십으로 태권도계에 공정한 선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선거규정을 만들고 손질해 탄탄한 제도로 확립해 두어야 한다.
태권도계에 전혀 모범적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협회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회장 선거로 엄청난 내홍에 시달렸다. 결국 김종관 현 회장이 취임,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된 정책을 펼침으로써 비로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의원들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김 회장을 만장일치로 재추대했다. 정기대의원총회에는 예결산과 2009년도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와 승인 절차만 남아 있는 상태다.
강원도협회 이주호 회장 또한 4년 전 협회에 입성해 태권도인들의 여론을 수렴, 일선도장을 위한 정책과 선수들의 경기력향상에 주력해 협회의 원만한 운영과 지역 태권도인들의 화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도 태권도인들의 긍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이 회장 역시 도전장을 던진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재추대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7일 열린 중고연맹 회장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받아 깔끔하게 치러냄으로써 선거를 둘러싸고 말썽 많던 태권도계의 좋은 본보기다 됐다. 공정한 선거규정, 선거관리가 선거 이후의 후유증과 갈등을 없애고 화합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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