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양한 소재의 태권도 서적이 출간되고 있다.

태권도의 본질을 탐구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학문을 진흥시키는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태권도 교본 및 개론 종류의 서적이 불필요하게 많이 출간된다는 것이다. 이런 책들의 대부분은 연구 실적을 올리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공명심(公明心)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다. 특히 갓 강단에 섰거나 교수가 된 사람들 사이에 횡행하고 있다.

태권도 개론 서적은 그 나름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 송형석 계명대 교수의 말처럼 “태권도의 개념을 규명하는 일은 태권도를 이론화하는데 초석이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철학과 소신도 없이 기존의 자료를 발췌하고 베껴서 펴낸 책은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 심지어 ‘공동 저자’라는 미명 아래 집필에 참여하지도 않은 사람의 이름이 버젓이 나오는 것도 볼썽사납다.

최근 학계는 공동저자 끼워 넣기, 표절과 대필 같은 연구 부정행위를 뿌리뽑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아주대 독고윤(경영학) 교수는 "표절을 문제삼으면 '교수화합을 왜 깨려 하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화합이 아니라 야합"이라며 "전 국민에게 표절이 얼마나 나쁜 행위인지 알리는 캠페인을 벌일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태권도를 연구하거나 책을 출간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되새겨볼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태권도 교본 및 개론 서적에는 아직도 7-80년대 풍미했던 태권도 기본동작과 품새 연무선을 사진(그림)으로 보여주거나 케케묵은 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한마디로 시대 흐름에 뒤쳐져 알맹이가 없는 책이 허다하다.

모름지기 태권도 서적은 태권도 이론을 체계화하고, 태권도학의 방향을 설정하며, 성숙한 태권도 담론과 문화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태권도 서적을 펴내는 사람들의 몫은 자명해진다. 태권도 학자와 교수들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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