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원장 엄운규)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사업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행 초기부터 순항할 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심사 신청 방식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한 국기원은 앞으로 온라인으로 신청된 소품(단)증은 기존 코팅처리 방식에서 플라스틱 카드로 변경해 발급할 방침이다.

국기원은 정보화사업을 준비하면서 대한태권도협회(KTA)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등록(회원) 도장의 보호와 타 시도 도장의 심사 신청 방지를 위해 해당 시도협회를 거치지 않으면 심사를 신청할 수 없도록 제도화했다.

그러나 정보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하자 서울시태권도협회를 비롯한 일부 태권도인들이 공론화 미흡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강대인 동대문구협회장은 “국기원이 정보화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각 시-도-군-구협회에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현행처럼 단증을 발급해도 늦지 않고, ‘선발급제도’도 있는데, 굳이 단증을 빨리 발급하기 위해 정보화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국기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근창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004년 10월, 전국체전이 열린 진천에서 시도협회 전무이사들에게 정보화사업에 대한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서까지 받았다”며 “일선 지도자들에게도 지역별 설명회를 통해 홈페이지 이용방법을 충분히 인지시켰기 때문에 공론화가 미흡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보화사업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서울시협회 측은 심사 신청 절차가 더 복잡해졌다며 국기원 측을 성토하고 있다. 온라인 신청 방식으로 국기원의 업무는 간소화 됐을 지 몰라도 수요자인 일선 도장은 더 번거로워지고 혼란만 가중됐다는 것이다.

장종위 서울시협회 전무는 "현재 회원 중 40~50대가 50%를 넘어 컴퓨터와 인터넷을 잘 다루지 못한다"며 "1~2회 교육만으로 온라인 심사 신청 등 정보화사업의 모든 것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국기원 측은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 중 1,346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며 "심사 신청 기입 방법도 포탈사이트 회원가입 정도로 간단해 번거롭다는 불만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심사를 신청할 때 필요한 스캐너와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일반 사진관들이 디지털화 돼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등록도장들의 심사 신청을 받아 주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국기원과 KTA측은 등록도장과 비등록도장의 심사를 차별화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양진방 KTA 기획이사는 "비등록도장이 심사를 신청하면, 특별한 절차를 마련해 비등록도장만을 위한 별도의 심사를 실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기원과 KTA 측은 서울시협회를 비롯한 일부 구협회가 정보화 사업을 반발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타 시도 도장의 심사비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KTA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협회가 타 시도 도장의 심사를 받아주고 받는 예산이 1년에 4~5억 원이 되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구지회는 심사 세일즈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장종위 서울시협회 전무는 "타 시도 도장의 심사비가 줄어들어 정보화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위의 억측을 경계했다.

한편 국기원은 서울시협회 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정보화사업에 문제를 제기하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태권도 발전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보화사업에 동참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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