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柔道가 JUDO가 되어버리는 것인가.’ 11월 16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사설의 주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사설에서 최근 국제유도연맹(IJF)이 결정한 랭킹제 도입 등의 룰 개정을 언급하며 이러한 결정이 유도의 발상지인 일본이 아닌 유럽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미우리는 “유도의 국제화가 보다 진행되어 해외에서의 대회가 많아지는 것은 일본의 전통 무도를 이해하는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프로화, 상업화가 진행되어, ‘예시예종(禮始禮終)’, ‘유능제강(柔能制剛)’ 이라는 유도의 기본정신이 방치되는 일은 없을까”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제유도계에서 일본의 발언이 약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일본의 유도 실력이 예전에 비해 저하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룰 개정의 하나인 ‘효과’를 폐지한 점은 ‘한판’ 승부를 중시하는 일본 유도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유도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를 각 체급별로 육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며 사설을 맺었다.

이러한 요미우리의 사설을 보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일본을 대표하는 신문인 요미우리가 사설란까지 할애하면서 자국의 무도인 유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했는데,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정통언론에서는 언제쯤 이런 사설을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 태권도가 만약 유도처럼 완전히 국제화되어 한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한국 태권도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하는 점이다.

혹여 한국의 태권도인들은 태권도가 국제화, 세계화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국제화된 태권도에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중심에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본질’이 어디에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일본의 유도는 비록 IJF의 주도권을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에 내줬지만, 유도의 창시자 가노지고로(嘉納治五郞)의 정신만큼은 유도의 본산 고도칸(講道館)에 보존하고 있다. 국제유도연맹의 수장이 한국인이 되건 프랑스인이 되건 유도의 핵심은 고도칸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유도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면 태권도는 어떤가? 물론 국기원이 있다. 그러나 과연 국기원이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고도칸과 같은 역할을 현재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무도, 여전히 일본의 무도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성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