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와 각 시도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증에 ‘해당지역 일선도장 코드번호 명기’ 사업에 대한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태권도인들은 왜 이 시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일선도장 지도자들은 앞으로 이 제도가 자신들의 숨통을 죄여오게 될 것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사실 일선도장 지도자들은 그동안 제도권으로부터 권익을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기는커녕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도장설립에 따른 등록비, 심사비 등 사실상 일선도장 어린 수련생들의 코 묻은 돈을 협회에 납부해야 한다. 각 시도협회에 따라 등록비와 심사비도 천차만별이다. 도장등록비의 경우 많게는 그 액수가 7백만 원에 이르는 시,군협회도 있다. 어린수련생들의 코 묻은 돈으로 협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임원들의 활동비와 월급도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제도권이 일선도장을 위한 투자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일선도장 지도자들도 경기적인 측면에 대부분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일선도장이 신명날 때 태권도가 산다. 이 진리를 제도권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선도장 활성화를 위한 시도협회의 노력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먼저 천차만별인 도장회원등록비와 심사비를 현실에 맞게 통일하고 일선도장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일선도장을 울타리 안에 묶어놓으려고만 하고 있다. 일선도장들이 피부로 불편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좋은 정책도 태권도인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

게다가 해당지역 일선도장 코드번호 명기로 인해 일선도장 지도자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16개 시도협회가 타 시도로 넘어가 응심하는 행위와 비등록 도장이 등록도장을 통해 심사에 응하는 편법을 막고, 심사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선도장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제도권 이기주의와 더 큰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제도이기에 일선도장은 더 불편하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로 인해 일선도장은 심사권을 쥐고 있는 해당 시도협회에 대해 쓴소리 한번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반면 시도협회는 일선도장 지도자들을 장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해당협회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될 경우 타 시도로 넘어가 심사에 응할 수 있었지만 이 제도가 효력을 발생하는 시점인 6월부터는 꼼짝없이 해당지역협회 일정에 따라 응심할 수밖에 없다.

시도협회는 이러한 아킬레스건을 악용해 일선도장을 장악하려고 하기 이전에 공정하고도 투명한 심사 제도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선도장은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회원에서 탈퇴하고 비등록도장끼리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 비등록도장이 연합해 국기원에 심사를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할 명분이 없다. 자칫 2개, 3개로 쪼개진 태권도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당지역 일선도장 코드번호 명기. 일부 일선도장에서 행해왔던 타시도 심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일 수 있다. 또 심사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제도는 대한태권도협회와 각 시도협회가 일선도장을 태권도의 기둥으로 인정하고 이 제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했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반면 제도권이 일선도장이 태권도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으로 인정하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면 비등록 도장을 더 양산시킬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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