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국대한태권도협회’ 한국사범, 국기원 통해 단증 발급
국기원과 협정 맺은 중국태권도협회와 정면충돌의 위험

현재 북경 체육총국에 위치한 중국태권도협회는 전국을 20개의 성(省)과 시(市) 협회로 나누어 태권도의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태권도협회는 올해 1월부터 단(품)증을 포함해 급증까지 중앙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태권도 5급 이상이면 중앙협회에 ‘개인회원 등록’(연회비 인민폐 50위안; 한화 약 1만원)을 해야 하며, 승급 심사 시 지방협회는 중앙협회에서 발행하는 급증을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급증이 없으면 단증을 받을 수 없게 만든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대한검도회에서 실행하고 있으며, 부수적인 수입은 물론, 부정단증 발급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이점이 있다.

학교 건물을 이용, 중국인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도장의 수련 모습.

이제껏 중국의 태권도는 협회가 1995년 결성된 이래 초점을 엘리트 태권도선수들이 국제경기에서 몇 개의 메달을 따는가에 두었었다.

그러나 2006년 체육총국 산하 올림픽보장부에 경기 태권도 외에 ‘대중 태권도 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같은 해 6월 1일부터 태권도 체육관 설립에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그 양상은 많이 달라졌다. 드디어 중국 태권도가 경기(스포츠)와 도장(무도)이라는 양날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장 태권도를 관리하는 부서를 신설한 이유는 태권도의 급속한 대중화에 따라 생기는 심사비, 수련비의 통제, 각종 대회 유치와 태권도 유사단체의 무분별한 중국 진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사실 2000년 초부터 국내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태권도 사단법인들이 중국 내에서 무분별하게 태권도 단증을 발행하여 대중 태권도가 미처 씨를 뿌리기도 전에 중국 토양을 오염시켰다. 태권도의 종주국이란 자부심과 명예를 지켜야 할 한국 사범들이 한때 자신들이 적을 두었던 국기원을 등지고, 태권도 단증을 남발하여 중국 태권도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겠다.

한 중국인이 유사단체 사단법인에서 발행한 단증을 가지고 중국태권도협회에 와서 회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자 중국협회에는 정중히 한국 국기원에서 발행한 단증 외에는 회원으로 받아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내 단증도 한국에서 왔고, 국기원 단증도 한국에서 왔으니 같은 것 아닙니까?” 라고 항의했다.

경위를 물으니 그 사람이 가진 4단증은 유사단체 사단법인으로부터 미화 400달러를 주고 산 것이었다. 필자의 우려는 현재 국기원에서 발행한 단증보다 타 사단법인에서 발행한 단증이 훨씬 더 많이 중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데 있다. 이것이 중국태권도가 체계적으로 대중화하는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대중태권도관리위원회’가 결성된 그해 9월 5일 국기원과 중국태권도협회는 단증 발급과 관련된 역할 및 업무분담을 골자로 한 협정서를 체결하였다.

협정한 주요 내용에는 국기원이 중국협회에 태권도 승품단 심사 추천권을 위임하고, 태권도 4단 이하의 품단증은 국기원장과 중국협회장 공동명의로 발행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국기원에서 발행한 사범자격증을 중국협회가 인정하고 중국의 한국인 사범이 협회에 회원등록을 할 경우 특혜와 권익을 보호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협정이 체결될 당시 중국 내에서 길게는 10여 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던 한국인 사범들의 목소리가 포함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현재 중국에는 대한체육회 산하 ‘재중국대한태권도협회’에 속한 한국 사범들과 대중태권도관리위원회 산하 외국적관리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한국사범들의 자율적 모임인 ‘재중국한인태권도사범회’가 있다.

현재 ‘재중태권도협회’ 소속 한국 사범들이 국기원의 협정에 불만을 품고, 중국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단증 신청도 현재 경기도협회를 통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기원과 단증협의를 체결한 중국협회 측은 이 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기원과 중국협회는 현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유사단체 단증소지자를 최대한 제도권 내로 끌어 들이는 방법을 찾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의 단체인 세계태권도연맹이 국기원 단증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 대중에게 계몽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중국협회에 가입하기를 거부하는 한국사범들의 요구사항과 고충을 철저히 파악하여 이들과의 매끄러운 협조를 이끌어 내고, 중국 태권도를 대중화하고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서정윤 본지 편집위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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