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축구대표팀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일전을 위해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교민들은 반드시 한국축구팀이 사우디를 제압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공항 환영행사까지 열었다.

환영인파 가운데 태권도 수련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복을 입히고 공항 환영행사에 참가시킨 이유는 태권도는 곧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킹 칼리드 공항에 있던 외국인들은 태권도복을 입은 어린 수련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 축구팀이 입국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태권도는 이미 세계화가 됐을 뿐만 아니라 어느 덧 한국의 상징으로 발전됐다.

이런 태권도가 한국에서는 완전히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바로 태권도복을 입은 수련생들이 사우디에서 한국축구팀을 환영하던 그날 모 방송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태권도 수련생들이 안전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련생 이동수단인 승합차에서 수련생이 내리는 과정에서 도복의 띠가 출입문 틈에 끼었는데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마지막까지 확인하지 않고 출발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네킹을 이용한 실험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필자는 이 프로를 시청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어린 자식들을 태권도장에 입관시키기를 꺼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방송사는 왜 굳이 태권도를 위험의 모델로 택했을까. 아마도 태권도장에서 운행하는 승합차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태권도복의 띠가 출입문 틈에 끼어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례는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에도 가장 적합해 보인다.

수련생들이 수련시간 외에 태권도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차로 이동할 경우 태권도는 앞으로도 안전사고의 모범사례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

대한태권도협회(KTA)와 각 시도협회가 나서서 일선도장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수련생들이 수련시간 외에는 도복을 입지 않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필자도 수련생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는 태권도의 품위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행위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친구들은 항상 도복을 가방에 넣고 수련시간 외에는 절대 입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수련생들이 태권도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 것일까. 어쩌다가 태권도가 안전사고의 모델로 전락하는 신세가 돼버린 것일까. 일선지도자들의 철저한 수련생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아무 거리낌 없이 특정 종목을 모델도 삼아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방송사의 편의주의적 발상에도 아쉬움이 크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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