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11시 국기원 제2강의실. 제4차 국기원 임시이사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정관개정 문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기원 이사회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 것인가. 이번 이사회에 쏠리는 태권도계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회의장에는 회의 시작 30여 분 전부터 도착한 언론매체들이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취재열기도 고조되고 있었다.

기자들이 국기원 이사회를 취재하고 있다.

취재기자들은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될 내용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이번 이사회를 공개로 하느냐, 비공개로 하느냐였다. 그동안 국기원은 이사회를 공개하기도, 비공개하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 공개하고 어떤 경우에 비공개한다는 원칙은 알려진 바가 없다. 누가 공개, 비공개를 결정하느냐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않다.

지난 3차 임시이사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따라서 이번 4차 임시이사회도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은 높았다.

회의가 시작될 무렵, 국기원 홍보담당자는 이번 이사회도 시작 무렵 사진만 찍고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취재기자들 입장에서는 사진만 찍고 갈 바에야 이사회에 올 이유가 없었다며, 누구의 결정인지를 따져 물었다. 일부 이사들은 이사회를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다며, 공개해야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와중에 이사회가 시작됐고, 취재기자들은 회의장을 나가지 않고 취재를 계속했다. 입장이 난처했던 홍보담당자는 개개인에게 퇴장을 부탁했고, 어쩔 수 없이 하나씩 둘씩 회의장을 나갔다. 기자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었으나, 결국 회의장을 나왔다.

회의장 바깥에서 취재기자들은 이사회를 비공개로 하는 것을 따라야 하는가에 관해 논의했고, 결국 명확한 국기원의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합의 하에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결국 모두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취재를 계속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알 권리’를 운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태권도 관련 기구에서 모든 회의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개로 할 것인지, 비공개로 할 것인지에 대해 국기원 내부에서 분명하게 원칙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원칙과 타당한 이유가 있고, 그에 따라 이사회를 비공개로 하겠다고 할 때, 기자들이 이에 대해 반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국기원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지적됐지만, 과연 국기원이, 특히 국기원 사무처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일들을 처리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국기원이 왜 ‘밀실행정’, ‘철의 장막’ 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가? 국기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우리 취재기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태권도 전문기자로서,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국기원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도해야 할 의무를 느끼게 된다.

요즘은 국회의 국정감사도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는 세상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국회도 그러할 진데, 국기원이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회의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국기원의 현재 모습들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가 누구인가? 이사회에 있건, 사무처에 있건 바로 그런 사람들이 국기원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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