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은 지난달 26일 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전자호구 공인이 사실상 라저스트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확정하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전자호구를 착용하고 시범경기를 치르기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이처럼 전자호구 도입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지만 뒷맛이 그리 개운치가 않다. 그 이유는 공인 확정이 아니라 ‘사실상’ 확정이라는 꼬리표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헤드기어는 함량미달 판정을 내리고 심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즉 규정에 어긋난 심사를 한 것이다.

세계연맹이 각 심사위원들에게 발송한 심사기준을 보면 헤드기어와 손발을 구분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렇다면 이번 심사는 헤드기어와 손발을 구분해 개발한 라저스트사와 대도사 두 업체만 심사대상에 포함돼야 했다. 그러나 전자호구 특별위원회는 헤드기어와 손발을 구분하는 개발에 실패한 다른 두 업체도 심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심사규정을 위반했다는 비난여론이 비등하다.

당연히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기 위한 의도적 심사였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헤드기어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들은 전혀 심사하지 않았다. 헤드기어에 대한 심사기준을 명확히 정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헤드기어를 심사기준에 포함시킬 경우 헤드기어 개발에 실패한 업체를 구제할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구라고 함은 헤드기어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전자호구라고 전혀 다를 게 없다. 몸통보호대와 헤드기어를 분류해 심사했다는 자체가 문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헤드기어는 기술요구조건에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다시 심사한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몸통보호대에 대해서는 탈락한 업체가 다시 기술요구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언제든지 테스트를 하겠다는 것이다. 소문이 무성했던 그 특정업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현재 사실상 공인을 확정한 업체와 세계연맹이 공동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2008년 북경올림픽을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각종 국내외 대회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그때그때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자호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반호구와는 달리 여러 업체를 공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로 이뤄졌기 때문에 각기 다른 업체에서 개발한 전자호구끼리의 코드가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가격이 일반호구보다 훨씬 높아 공인된 모든 업체의 호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팀의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되는 것도 이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탈락한 업체가 세계연맹이 제시한 기술요구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공인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계연맹이 지난달 25일 시연회를 통해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업체를 공인하지 않을 경우 업체는 많은 경제적 손실을 보려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연맹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을 공인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업체가 굳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세계연맹이 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전자호구 도입의지가 확고하고 2008년 북경올림픽에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르려고 한다면 헤드기어를 포함한 명쾌한 공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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