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9월 15일자(607호) 신문을 시작으로 김운용 전 원장 사퇴 이후 갈등과 반목으로 인해 각종 소송이 제기되는 등 바람 잘날 없는 국기원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국기원이 졸고 있다’는 기사를 7회에 걸쳐 연재했다.

전 세계 태권도 동호인들의 교육과 단증을 발급하는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 무너질 경우 태권도의 무도정신과 철학은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태권도 바닥을 누빈 지도 어느 덧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태권도계 많은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국기원 엄운규 원장의 기자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이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하자 엄 원장은 측근에게 “그동안 많은 기자들을 상대해 왔지만 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만난 유일한 기자인데 이럴 수 있냐”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하지만 국기원장으로서 이러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평생을 태권도에 몸담아온 엄 원장이 다 잘못했다고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한 일은 묻히고, 조금의 문제라도 발생하면 크게 부각돼 비판받는 자리가 바로 국기원장이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그래서 쉽게 겉으로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많은 태권도인들이 그 자리를 두려워도 하고 탐내고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언론은 물론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시비나 비판을 감수하고 이를 슬기롭게 해쳐나갈 수 있는 인사가 아니면 원장이 될 자격이 없다.

안타깝게도 국기원의 수구세력은 태권도계의 전체적인 여론을 경청하기 보다는 일부 측근들만 믿고 발전적 비판에 대해서도 반대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왜 서울시협회와 갈등이 발생했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되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국기원의 전반적인 시스템은 개인의 능력과 전체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이번 연재기획물을 위해 취재하면서 국기원 관계자들 중 이근창 사무처장 외에는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다른 인사를 만난다고 해도 취재에 응해줄 리 만무하고, 기자를 만족시킬 대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표현한다면 이 처장이 아니면 국기원은 마비상태에 이르게 된다. 현재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는다면 국기원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국기원은 스스로 세계태권도본부라고 자임하고 있다. 세계태권도본부가 법적소송에 휘말려 다른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어느 누가 국기원을 세계태권도본부로 인정하겠는가. 비판을 제기하면 이해와 설득은 고사하고 마치 국기원을 전복시키려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맞대응하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기원 인사들의 마음이 태권도계를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어져야 함을 절감했다.

이 처장은 두 번째 연재한 ‘온라인 사업목적과 성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박기인 전 사무국장이 “사업추진에 의심 살 일 많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래서 확인해본 결과 용역업체 선정 과정과 계약, 공사 지연금 9천만 원을 받지 않은 사연 등 대부분이 서류상에는 박 전 국장의 결재가 돼 있었다. 이 처장은 “박 전 국장이 자신을 흠집 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박 전 국장이 왜 이러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박 전 국장은 이와 같은 주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기원은 법정법인 등재에 즈음해 이처럼 산적한 문제들을 털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태권도본부라는 명과 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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