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국기원 강의실에서 열린 8-9단 심사 모습. 일각에서는 8단만이라도 국기원 경기장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4일 국기원 강의실에서 열린 8-9단 심사 모습. 일각에서는 8단만이라도 국기원 경기장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기원 8-9단 승단심사도 6-7단 심사처럼 국기원 경기장에서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6-7단은 국기원 경기장에서, 8-9단은 강의실에서 실시되고 있다. 지난달 4일에 열린 심사에서도 8-9단 응심자들은 강의실에서 품새를 한 뒤 송상근 부원장실에서 면접심사를 봤다.

8-9단 응심자들이 언제부터 강의실에서 심사를 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체면과 권위를 고려하다 보니 ‘강의실 심사’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고단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심사를 볼 경우, 자칫 후진들과 제자들에게 민망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최고 고단자의 품위와 권위에 손상이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의실 심사’에 대해 일부 태권도인들은 모범을 보여야 할 무도인의 자세와 걸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8-9단 응심자들의 보신주의와 이기심이 반영된 것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9단 태권도인들도 이런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김정록 광주협회장은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강의실 심사’를 선호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8-9단 심사도 당당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태권도인들은 “9단이 어렵다고 하면 8단 만이라고 경기장에서 할 필요가 있다”며 국기원의 유연한 제도 개선을 바라고 있다.

이런 여론에 대해 최주열 국기원 고단자 심사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한 뒤 “나이로 봤을 때 8단 응심자 정도면 충분히 공개된 장소에서 심사를 볼 수 있는 나이”라고 하면서도 “현재 내 위치에서는 8-9단의 심사제도 개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결정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병운 기술전문위원회 의장은 현재 심사제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강의실에서 심사를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밀실 심사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김 의장의 말에는 어폐가 있다. 8-9단이 강의실에서 심사를 본다고 해서 심사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을 하지만, 응심자를 제외한 태권도인들과 일반인들의 출입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응심자들로 가득찬 비좁은 강의실에 ‘용기있게’ 들어가 심사를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 의아스럽다. 따라서 ‘강의실 심사’는 ‘밀실 심사’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고, 심사의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열린 행정과 투명성을 지향하고 있다. 국기원도 이런 기류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8-9단 심사를 비좁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할 필요가 없다. 8-9단 응심자들도 닫힌 공간인 강의실에서 심사를 받는 것보다 열린 공간인 경기장에서 자신의 기량과 자질을 떳떳하게 검증받는 것이 품격과 권위를 세우는 길일 것이다.

국기원은 지난 3월부터 9단 응심자들의 품위와 권위를 고려, 올해 3월부터 승단증을 시도협회에 발송하지 않고 승단자를 초청해 원장이 직접 승단증을 수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태권도인들은 좋은 현상이라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원장이 직접 승단증을 준다고 해서 9단 승단자들의 품위와 권위가 서는 것만은 아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당당하게 심사에 보고, 자질과 기량에 따라 승단을 하는 것도 9단이 품위와 권위를 세우는 일이 아닐까.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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