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동해 한중대 태권도시범단 일원으로 지난 8월 네팔에 다녀온 태권도학과 대표 이광호 군의 기행문입니다. 젊은 눈에 비친 현지에서의 느낌이 비교적 생생하게 표현되어 시간적으로 많이 늦어졌으나 2회로 나누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경수중, 창동고에서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며 성장한 이 군은 현재 한중대 1학년으로 시범과 겨루기를 연마하고 있습니다.

포카라는 천연 관광도시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자연 그대로를 이용해 만든 100년이 넘은 집들, 그리고 옛날 그대로 유지되어온 삶의 방식. 나는 그런 것에 대해 정말 감동과 함께 수차례 소름을 느꼈다. 이곳은 그동안 내가 봐왔던 도시 풍경과는 전혀 달랐다.

포카라에서 시범을 마치고 가진 친선파티

포카라 호텔로 들어서는 길에 포카라의 태권도협회장과 태권도 관계자들의 반가운 인사를 받았다. 숙소를 배정받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버스를 타고 나왔다. 포카라 레이크 사이드, 호수 외곽이었다. 놀랍게도 ‘삼만리’라는 한국 식당 앞에 우리 버스가 섰는데 도중에 본 호수의 정경은 우리나라 백두산의 천지를 연상케 했다. 저녁식사는 삼겹살에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였다. 정말 반가웠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바로 내일이다! 한중대학교의 첫 시범. 긴장되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가슴은 벅차게 뛰고 있었다. ‘서로 준비해 왔던 것, 서로를 아끼고 서로에게 깊은 추억을 남길, 그리고 자신에게 다짐해온 시범! 당장 내일이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깊은 잠에 빠졌다.

31일 일요일 새벽 4시30분. 기상 후 일출을 구경하러 숙소를 출발했다. 1,583m 높이의 사랑코트 전망대를 처음엔 버스를 타고 다음엔 걸어서 올라갔다. 우리가 본 것은 히말라야 전경이었다. 마치 히말라야가 우리를 반기는 듯했다. 정말 고요하면서 웅장한 모습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만약 사람을 히말라야에 비유한다면. 침착하자. 고요해지자. 히말라야도 내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이 힘든 길을 걸어왔고 그 길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남자답게 정정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것이라고.’ 히말라야에게 고마웠다. 이렇게 내가 성장해왔고 컸다는 걸 히말라야가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7시. 아침을 먹은 후 우리는 포카라 시청으로가서 시범공연을 준비했다. 11시30분으로 우리의 공연시간이 잡힌 것을 통보받고 리허설에 들어갔다. 첫 해외시범의 무대에 서 보는 느낌은 아직 모르겠다.

우리 일행을 반기는 포카라의 전통 춤 공연에 이어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왔다. 남승현 감독님, 손상미 코치님과 포카라 태권도협회 임원들의 소개. 그리고 우리 학부생들의 소개가 끝난 후 시범이 시작되었다. 시범은 우리가 준비했던 대로 정말 침착하게 진행되었으며 포카라 태권도인들과 시민들의 함성이 내 가슴에 닿았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을 받았고 이 정도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게 고마웠다!

시범이 끝난 뒤 점심식사를 마치고 포카라 태권도협회와 세미나를 가졌다. 손상미 코치님의 품새 시범과 기술발차기 교육에 포카라 태권도인들의 눈이 집중되었다. 우리의 몸짓 손짓 하나하나가 포카라 태권인들에게는 지침이 되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4시 포카라 시내로 나가서 자유관광을 하였다. 가게에는 목각 인형 등 온통 천연소재로 만든,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진열돼 있었다. 7시 포카라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카트만두로 다시 떠날 준비를 한 뒤 잠을 잤다.

9월 1일 월요일. 8시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고 포카라 태권도협회의 환송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카트만두로 떠났다. 카트만두에서 네팔의 전경이 보인다는 사원으로 올라갔다. 네팔의 모습은 100년 전 그대로라고 했다. 사원에서 내일 시범을 큰소리로 잘 되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9월 2일 화요일. 카트만두의 시범이 있는 날! 우리의 시범 장소는  화이트캘린지라는 신설학교의 원형 체육관이었다. 다소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원형체육관 위아래가 모두 다 관중석이었다. 시선 처리도 어렵고 한 사람이라도 틀리면 모두가 허술해 보이기 쉬워 모두 정신을 시범에 집중하고 긴장을 풀지 않았다.

포카라에서 현지 태권도인들과 함께

드디어! 네팔에서의 마지막 시범이 시작되었다. 체육관 안의 환호는 정말 대단했다. 작은 원형의 스탠드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이 우리의 귀 아닌 몸속으로 박히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지금까지 우리가 노력한 것, 쏟아부은 것들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뜨거운 환호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마웠다. 평생 우리가 잊지 못할 추억을 준 이곳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못할 것 같다.

9월 3일 수요일. 네팔에서의 7일간 일정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날 기행문을 접으려 한다. 이곳 사람들에게 정말 고마운 것도 많았고, 또 이 나라 풍속에 따르고 잘 지내준 내게도 고맙고. 우리로서는 잊지 못할 7일간이었다.

히말라야에게 거는 말 한 마디를 적어 보았다. ‘내가 너만큼 위대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네팔에서 우린 너보다 더 큰 감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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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대 태권도시범단 이광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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