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신문이 운영하고 있는 신문고에 사연이 하나 들어왔다.

내용은 지난주 본지(611호)가 보도한 ‘태권도경기장은 막말-욕설경연장인가?’라는 제하의 기사내용에 억울함이 있다는 것. 사연의 주인공은 대한태권도협회(KTA) 윤웅석 기술전문위원회 의장이다.

본지는 매년 열리는 전국체육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 질서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번 전국체전은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본지는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려 했던 것이며, 그 과정에서 윤 의장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윤 의장은 광주광역시태권도협회 전무이사와 전국시도협회 전무이사협의회 회장을 지냈고, 올해 처음 KTA 기술전문위원회 의장에 선임됐다. 그동안 지방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인정받아 중앙무대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지방에서 활동하다가 KTA 중책을 맡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윤 의장의 결의는 남달랐다. 역시 지방출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손가락질을 받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 먼저 집안단속에 들어갔다. KTA 중책을 맡으면서 광주시협회 관계자들에게 모든 부분에서 자제를 당부했다.

올해 장흥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광주시협회는 경기와 관련해 한 번의 항의도 하지 않았다. 심판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광주시협회 전무이사가 규정대로 소청을 제기한 것 외에 다른 항의는 없었다. 이 소청 또한 윤 의장이 광주시협회 전무이사를 설득시켜 취하토록 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리 만무한 것이었다.

지난 5월 충주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전에서는 친동생이 교수이자 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는 팀의 선수가 막판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치열한 접전을 펼치다가 결국 우세싸움에서 패했다. 팀은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소청을 제기하려했지만 윤 의장은 소청할 건이 아니라며 한마디로 잘랐다. 올림픽에는 출전한다는 것 자체로도 선수와 지도자에게 큰 영광이다. 윤 의장의 사심이 조금이라도 작용했다면 기량이 비슷한 선수들끼리의 경기에서 충분히 그런 영광을 누리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 의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한 노력을 무시한 채 본지의 보도 내용은 좋지 않은 사례에 자신을 끼워 넣어 보는 이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는 것이 이번 윤웅석 의장의 주장이다.

본지 보도에 특정인을 고의로 폄하할 불순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 경기와 관련해 항의했다는 사실보도에 그치지 않고 경기장 문화의 전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무개 교수의 거친 불만 표시와 경기장 질서를 문란케 하는 언동이 취재진에 포착됐고, 형이 KTA 중책을 맡고 있는 만큼 태권도계 다른 인사들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문제의 교수의 모든 언행은 예전과는 달리 형과 결부시켜 해석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막중한 책임을 가진 공직의 인사들이 그 친인척들의 언행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구설수에 오르는 것과 다름없다.

윤 의장은 그동안 나름대로 심판판정과 경기장질서 확립을 위해 힘써왔다. 각종 대회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현장에 파견된 기술전문위원들을 소집해 해결방안을 찾았다. 윤 의장에 대한 평가는 결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번 전국체전 관련 보도와 상관없이 태권도신문도 윤 의장의 이러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최근 KBS 신인연기자 선발대회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탤런트 김성환씨가 아들을 탈락시켜 화제가 됐었다. 오히려 김씨는 다른 심사위원들보다 더 아들에 대해 날카로운 심사를 했으며, 아들이 신인탤런트 공채에 지원했다는 사실조차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아들이 물론 실망도 컸을 것이고 기가 죽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 연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 합격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윤 의장도 이 같은 심정으로 맡은 중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현재도 잘하고 있지만 초지일관한다면 태권도계의 귀감이 될 것이고 결코 헛된 노력이 아닐 것이다. 윤 의장이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도 절실하다.

김창완 기자  chang2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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